[정치시론] 대선 후보들, 다툴 걸 다퉈야지

입력 2017-05-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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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씨 3대 세습체제가 우리 정부와 5000만 국민에 대해 진정한 형제애를 실천해 왔다면 한미군사동맹 체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선의만을 가지며, 오직 사랑과 인내로 상호간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더라면 한미군사동맹이 소용될 리가 없다.

그 북한이 단지 방어만을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할 뿐, 어떤 경우에도 우리에 대한 위협?공격의 수단으로 쓰지 않을 것임을 신(神)이 보장해 준다면 한미군사동맹에 매달릴 까닭이 없다. 미국처럼 중국도 우리의 군사적 후견국(後見國), 정치외교적 우방, 경제적 협력자의 역할과 책임을 기꺼이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한다면 한미군사동맹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모두가 익히 아는 바대로 북한은 그런 상대가 아니다. 지금의 북한 체제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이다. 중국 또한 미국을 대신할 수 없음은 역사와 현실이 공히 증명하고 있다.

부모형제 간에도 다툼이 벌어질 수 있는 게 인생사인데 국가 간에 늘 훈풍만 불기야 하겠는가. 그 점에서 보자면 한미관계는 오히려 이상할 만큼 순탄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20~30년 사이에 폐쇄적 민족주의 기운이 급속히, 또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해서는 친애의 감정으로, 미국에 대해서는 혐미(嫌美, 일각의 경우일 뿐이지만)의 감정으로 표출되어 오긴 했다. 이런 우리 사회의 경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비용’ 발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이 격해진 배경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트럼프가 사드를 강매하려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트럼프 식의 대외정책과 동맹관리 방안의 일단을 보여주자는 뜻일 듯하다. 어떻게 전쟁을 함께 겪은 혈맹, 오랜 군사동맹국에 대해 그처럼 냉정하고 계산적일 수 있느냐 해서 서운해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기회로 “봐라, 저것이 미국의 민낯이다”라고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싶은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과도한 기대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반응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으로 돌아와 반격을 개시한 이후, 일본에 대항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에만 집중하며, 필리핀을 지킨다는 것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중략) 그래서 이 전쟁의 마지막 시기에 미군은 계속해서 폭격을 가하여 필리핀 사람의 생활수단들을 파괴했습니다. 일본군에 대항하여 계속적으로 저항해 온 대다수의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은 결국 필리핀의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입니다.”(쓰루미 순스케(鶴見俊輔), 전향, 최영호 역)

당연한 일이다. 맥아더는 미국의 승리를 위해 전쟁을 수행했다. 필리핀 해방은 부수적 성과였을 뿐이다. 한미관계라고 다를 바 없다. 미국의 6·25참전은 한국 수호 이전에 미국의 전략적 보루 혹은 교두보 수호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트럼프가 한국을 위해 대통령이 된 건 더더욱 아니다.

우리의 응석이나 투정을 마냥 받아줄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항상 우리만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기대할 바도 못 된다. ‘사드 비용 청구’ 같은 문제가 생겼을 양이면, 아무리 대통령 자리를 다투는 사이라고 해도 후보 및 정당들이 합심 대응하는 모습을 보일 일이었다. 입으로는 국민을 사랑합네, 국가를 걱정합네 하면서, 정말 마음을 모아야 할 이런 사안을 두고 정략적 논쟁이나 거듭하다니!

“그러잖아도 사드문제가 국민적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어 있는 상황이다. 민심의 수습과 양국 간의 갈등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우리 대선 후보와 정당 모두가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랬더라면 트럼프가 우리를 다시 보게 되고, 국민은 크게 안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바랄 걸 바라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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