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문유라’의 시대를 넘어 노력과 신뢰의 사회로

입력 2017-04-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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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현직 부장판사인 유영근 판사는 화제의 저서 ‘우리는 왜 억울한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말할 때 그것을 평가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법조인으로서 직업적 성찰이 돋보이는 표현이다. 한편 정치인으로서 필자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충고이기도 했다.

흔히들 억울함을 단순한 감정의 영역으로 치부하면서 “쓸데없는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을 갖지 말라”고 냉정한 훈계를 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억울하고 서러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튼튼히 하고 사회적 신뢰의 분위기를 견실하게 쌓아나가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 아닐까.

최근 우리는 자신이 물고 태어난 ‘수저’를 한탄하게 만드는 세 가지 사례를 목격하였다. 하나는 끝내 구속을 피해 간 ‘법꾸라지’ 우병우의 아들, 다른 하나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비극적 결말까지 만들어낸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구호를 들고 나온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합법을 가장하여 불법과 탈법의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노발대발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생각해보시라.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그냥 하태경이라고 하자. 하태경의 아들이, 그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 보좌관이 기관장으로 있는 공공기관에 채용되었다면,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냄새가 난다”며 온갖 의혹을 제기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들이 생각하는 ‘억울함’의 영역이다. 정치인으로서 그런 억울함의 근원을 풀어주고 제도적으로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역할인데, 오늘도 문재인 후보 측은 고소와 고발만을 고장난 녹음기마냥 읊어대고 있다. 일단 대선 고지만 넘어서겠다는 모르쇠 전략에 다름없다.

문 후보 아들의 채용 과정은 가히 ‘슈퍼울트라 특혜’라고 할 만큼 의혹으로 가득 차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을 아빠로 둔 아들이 ‘우연히’ 채용공고를 보고 공공기관에 지원서를 냈다는 것에서부터, 동영상 담당자를 모집한다는 말도 없는데 동영상을 잘한다고 자기 소개를 하고, 응시원서의 사진은 귀걸이에 점퍼 차림이었으며, 규정상 공고기간인 15일을 어기고 6일 만에 접수를 마감하였으며, 학력증명서도 마감 기한을 5일이나 늦게 제출하였고, 심지어 채용된 지 14개월밖에 안 된 신입사원이 어학연수를 간다며 휴직계를 내고, 휴직 23개월을 포함해 37개월분의 퇴직금을 알뜰히도 챙겨 갔다. 응시원서의 서명이나 날짜가 조작되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만 명의 우리 청년들이 ‘불반도 헬조선’을 한탄하며 수백, 수천대 일의 취업 경쟁률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누군가의 아들 딸은 부모를 잘 만나 공기업, 공기관에 척척 들어가는 사회적 억울함은 문 후보의 아들을 끝으로 종말을 고해야 한다. 필자는 그 작은 출발점의 하나로 이번에 ‘문유라 방지법’을 발의했다. 채용 부정을 은폐하기 위해 서류를 무단으로 파기하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준비하는 청년들의 땀방울이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 사회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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