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업의 쌀’ 금속 요리하는 레이저 가공기 제조업 에이치케이

입력 2017-04-10 07:36 수정 2017-04-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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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및 철강은 산업계의 쌀이라고도 불리지요. 금속을 평판형태로 가공하는 가장 보편적인 도구가 레이저입니다.”

계명재 에이치케이(HK㈜) 대표는 회사를 소개하면서 “레이저 가공업은 자동차, 철강, 기계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형 산업이자 진입 장벽이 높은 첨단 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7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의 에이치케이는 알루미늄, 구리,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금속을 빠르고 정교하게 절단하는 레이저 가공기계 ‘파이버 레이저’를 만든다. 1~25mm 사이 평평하고 얇은 철판을 1차 가공할 때 주로 사용되는 파이버 레이저는 자동차나 조선업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제조업계에는 필수적인 기계다.

▲7일 계명재 에이치케이 대표가 화성시 에이치케이 생산장에서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7일 계명재 에이치케이 대표가 화성시 에이치케이 생산장에서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계명재 대표가 1990년 인천에서 직원 4명 규모로 출발한 에이치케이는 27년 동안 여러 차례의 위기를 이겨내고 종업원 수 147명에 매출 521억 원의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 매출의 약 40%는 수출이고 최대 시장인 미국,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35개국으로 수출된다. 에이치케이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단연 점유율 1위다. 대우나 현대, 포스코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조선업과 자동차 부품업, 농기계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에이치케이 사옥의 1층에 위치한 생산장은 ‘실행관’과 최근에 새로 지어진 ‘도약관’으로 분리돼 있다. 실행관에는 4개의 생산라인이 있는데, 라인별로 생산하는 절단기의 크기가 달라 맨 끝 라인에는 6m×8m 초대형 철판을 절삭할 수 있는 장비가 생산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4개 라인으로 이뤄진 도약관은 주로 표준 모델의 계획 생산이 이뤄진다. 연간 400대까지 표준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표준 모델은 가로 3m, 세로 1.5m 크기의 직사각형 판금을 가공할 수 있는 ‘PS3015 FIBER’ 모델로, 대당 약 6억 원에 판매된다.

한 직원이 실행관에서 시연을 위해 파이버 레이저를 가동시키자, 발진기에서 노란 불꽃의 레이저가 나와 단단한 철판을 눈 깜짝할 새 정교한 모양으로 절단했다. 1mm 두께의 철판 기준 분당 6만 mm의 속도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25mm 두께 철판을 절삭할 때는 분당 900mm 정도의 속도로 내려간다고 했다.

▲에이치케이의 레이저 가공기가 철판을 절단하는 모습.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에이치케이의 레이저 가공기가 철판을 절단하는 모습.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생산장 위층에 위치한 기계연구소에는 엔지니어들이 신제품을 설계하고 있었다. 150여 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의 약 70%가 엔지니어다. 더 높은 출력과 빠른 속도로 제품의 개량이 이뤄질 때마다 에이치케이는 고객사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신제품을 현장에 투입한 수많은 기업들의 생산성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에 제품 개발은 산업 전체적으로도 중요하다.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에이치케이는 오늘날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과 자웅을 겨루는 레이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가에 물량을 푸는 중국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일이다. 계 대표는 “최근 중국 한 업체가 저가를 내세우며 등장했다”며 “중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장비 수요가 많은 시장인데, 우리가 4억 원에 팔면 그 중국 업체는 반값에 팔아버리기 때문에 지난 2~3년 간 중국 시장에 일 년에 대여섯 대 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에이치케이는 대신 고객사와 오래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이런 저가 공세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그는 “CO2 레이저는 현재 파이버 레이저가 나오기 전에 사용된 모델인데, 예전부터 중국 시장에는 우리 CO2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에이치케이 장비를 오래 쓰면서 신뢰가 쌓인 고객사들의 대체 수요를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행관 한쪽에는 쓰던 장비를 처분하고 신제품으로 대체하려는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중고 장비를 매입해서 재가공하는 라인도 마련돼 있다.

계 대표는 이날 “늘 위기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면서 “올해는 수출을 전체 매출의 50%로 끌어올릴 예정이고 앞으로 해외 시장을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면서 “27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무모할 정도로 한 길만 걸어온 집념을 앞으로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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