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단순함이 주는 삶의 향기

입력 2016-11-08 10:36 수정 2016-11-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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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득(한성유아학교 원장)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분야 단순함을 발견합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감성적 자극을 하나 더 보탠다면 좀 더 수준 높은 삶의 향기를 발하지 않을까요.

일본의 하이쿠 시인(詩人)들은 단 한줄의 싯구로 광활한 세상과 포옹하고는 합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먼 길을 방랑합니다. 때로는 도처에서 마주치는 풍경과 작은 사물에 대해 한 줄짜리 시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들의 시는 정말 달랑 한 줄에 불과하지만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늙은 벚나무도 젊었을 때는 소문날 정도로 사랑받았지.(이싸)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시키)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기가쿠)

송나라의 화가인 곽충서도 단순함을 품은 자유인입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그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이를 자신의 예술세계에 곧잘 풀어놓기로 이름나 있지요.

그림솜씨가 탁월했던 그는 여기저기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았습니다. 어느날 한 부자가 그에게 향응을 베푼 뒤 기다란 비단 꾸러미를 펼치며 그 위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마지못해 붓을 든 곽충서는 긴 비단에 일필로 휘젓듯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아이가 연을 날리는 그림이었는데요. 왼쪽 아래에는 아이를, 오른쪽 위에는 연 하나를 달랑 그렸습니다. 그리고는 아이와 연 사이에 실처럼 가느다란 한 줄로 그었습니다.

비단 전체에 한가득히 그려질 그림을 기대했던 부자의 얼굴에는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했겠지요. 그러나 이 그림은 작고 단순한 붓칠로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심리를 고스란히 내비친, 단순함으로 그려낸 명화였습니다.

성경은 “남한테 대접받고 싶다면, 대접받고 싶은대로 행동하라”고 말합니다. 단순한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더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단순함은 우리 삶 곳곳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함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감성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매일 만나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성적 행간에는 정신을 지배하는 내밀함이 살아 숨쉽니다. 그곳에 단순한 감성적 자극을 하나 더 보탠다면…. 그렇다면 좀 더 수준 높은 삶의 향기를 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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