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김진한 외 18인 ‘숙명을 거부하다’

입력 2016-10-24 10:48 수정 2016-10-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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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의 한국 현대사 체험기

사람들은 과거를 쉽게 잊어버린다.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난제들을 지나치게 과장하기도 한다. 이따금 지난 세대들이 어떻게 삶을 헤쳐왔는가를 보는 것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현재의 문제를 헤쳐나가는 데도 힘이 된다.

김진한 외 18인이 쓴 ‘숙명을 거부하다’는 특별한 책이다. ‘광복 70주년 기념 현대사 체험수기’에 공모한 작품들 가운데 당선작 모음집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땅의 평범한 집안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 자신이 겪었던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회고하고 있다. 8·15 광복의 감격, 6·25 전쟁으로 인한 고통, 박정희 시대와 겹치는 1961~1979년 개발연대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체험한 세대들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얼마 전 장거리 비행 중에 읽었던 책인데, 중간중간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흘러내리곤 했다. 나라가 가난했기에 보통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 나라가 이만큼 발전하였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지금의 우리 모습과 책의 내용이 오버랩되면서 깊은 감동이 가슴을 파고드는 책이다.

1954년생인 김진한 씨는 대한전선에서 27년간 수출업무를 해온 수출인이다. 반평생을 아프리카와 중동시장에 전선을 수출하기 위해 뛰었던 사람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질주하는 모습은 ‘이렇게 해외 시장을 개척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회사가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처할지라도 한 사람의 힘, 즉 사장이 올바르다면 그 회사는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회사 운명의 50% 이상은 사장의 책임이라고 본다.”

1926년생인 우필형 씨는 동인천경찰서 순경으로 재직하면서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잇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야간학교인 ‘동인학교’ 개교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60년대 경찰 월급은 쌀 한 가마니 정도였다. 박봉을 쪼개서 못 배운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나선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그 시절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야간학교를 거쳐간 학생들은 번듯한 사회인이 되었다. “1950년대에 태어난 가장 불우한 세대의 제자들에게 ‘하면 된다’고 야학을 열었던 결과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행복에는 항상 아픔이 동반한다. 행복의 절반은 눈물이다.”

1939년생인 임창진 씨는 전쟁 중에 부모를 모두 잃어버렸다. 마흔둘의 아버지는 인민군에게 끌려가 죽고, 남편의 시신을 찾아 헤매던 어머니도 마흔에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6남매를 남겨두고 떠난 그 부모가 어찌 눈을 감을 수 있었겠는가! 맏이가 겨우 열일곱 살. 임창진 씨 아래도 여덟 살, 다섯 살, 두 살 동생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 험한 환경 속에서도 임창진 씨는 1956년 춘천사범을 졸업하고 교사가 된 후 송파초등학교 교장으로 교직을 떠났다. “겨레의 희망이 여기 자란다”는 급훈에 걸맞게 살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다’는 가르침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남매는 가난 속에서도 모두 열심히 공부했다.”

19인은 저마다 주어진 만만치 않은 삶의 여정에서 끝까지 완주하고 책임을 다하는 인생을 살았다. 낙담과 좌절 그리고 부정과 불평이 만연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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