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중국이 다시 ‘일대일로’를 통한 지경제적 부상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입력 2016-10-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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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붐을 재점화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 3개국 순방에 나선다. 중국에 3국은 모두 일대일로의 주요 연선(沿線)국가이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주변 국가들이다. 인도에서 개최되는 11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이 주된 일정이지만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 역시 시 주석 취임 후 첫 방문으로 일대일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아세안 의장국이면서 남중국해 분쟁 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주변국들과 각을 세워왔다. 그로 인해 시진핑 정부가 출범 후 공들여 왔던 주변외교가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중국의 공세적 대응이 오히려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도와줄 역설적 결과도 초래하였다. 이에 중국이 다시 일대일로를 동원해 손상된 주변국 외교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를 하려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가 항저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8월 17일 베이징에서는 시 주석이 주재한 주목할 만한 회의가 열렸다. 이름하여 ‘일대일로 건설 공작좌담회’.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일대일로의 성과를 한껏 과시했다. 현재까지 100여 개 국가,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건설에 참여하고, 30여 개 주변 국가와 일대일로 공동 건설 관련 협력 협의를 체결했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 기금 등으로 대표되는 금융 협력이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대일로를 체계적이고 전면적으로 추진해 주변국 국민에게 복지 등 혜택을 줄 것이라는 예의 ‘이익공동체’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일대일로를 통해 주변국 외교를 소생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일대일로 구상은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과 10월에 각각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신(新)실크로드 경제지대’ 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제의하면서 출범하여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남중국해 분쟁과 한반도 사드 배치 갈등에 묻혀 등장 초기의 열풍에 비하면 현저하게 빛이 바래 일대일로 역시 레토릭에 방점을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일대일로는 출범 초기부터 엄청난 세간의 관심 못지않게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일단 일대일로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조차 분명치 않았다. 중국에서는 일대일로를 계획(計劃), 구상(構想), 창의(倡義), 전략(戰略)이라고 다양하게 불렀고, 중국 바깥에서도 프로젝트, 프로그램, 어젠다,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제각각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고자 하면서 그 자체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명칭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일대일로가 중국이 주도하는 목적 지향적 정교한 ‘전략’인지, 아니면 아이디어 차원의 ‘구상’ 또는 ‘발의’ 수준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해왔다. 심지어 중국판 ‘마셜 플랜()’이라는 주장도 한몫한 바 있다. 미국이 전후 마셜 플랜을 통해 초강대국의 위상을 확보했듯이 일대일로가 중국 부상을 위한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핑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하여 인민들에게 부상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하면서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일대일로는 이러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전략구상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한동안 중국 국내에서 개최되는 거의 모든 분야의 세미나에는 예외없이 일대일로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할 정도로 붐이 일었다.

시진핑 정부는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실상 내부적으로는 성장률 저하에 개혁개방이 초래한 다양한 ‘성공의 위기’들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이러한 잠재적 위기 국면에서 일대일로가 기대대로 실현될 수 있다면, 현재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의 복잡한 도전과 과제를 통합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구상으로 인지되면서 중국 안팎에서 키워드로 부각했던 것이다.

예컨대 일대일로는 소위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로 대변되는 중속 성장시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금융, 해외투자와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은 개혁개방 이후 누적된 서부지역의 낙후와 격차를 완화, 그에 따른 소수민족 지역의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여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 민족 통합과 국가 통합에도 일조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운명공동체론을 전면에 내세운 일대일로는 중국 부상의 기회를 국제사회에 부각함으로써 중국의 안정적 부상을 위한 새로운 국제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외교전략 구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복잡한 국제 정세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불필요한 지정학적 세력 경쟁을 우회하면서, 소위 ‘경제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일대일로라는 지경제적 카드를 다시 꺼내들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시도가 한국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구상이 ‘서진(西進)’하는 동시에 지경학적 중심으로 이전되는 것이 현실화하면서 지정학적 안보 부담을 안고 있는 한반도는 중국의 새로운 구상에 중요한 협력 대상이기보다는 중국의 발전 구상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산업의 고도화 추진, 내수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서진전략[一帶一路]’ 등으로 인해 기존의 한중 관계 발전에 주요한 동인이었던 한국의 지경제적 가치와 입지는 새로운 변혁의 기로에서 약화 내지 모호화할 추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인해 남북한 교류 협력이 중단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협력 공간 또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구상에 중요한 협력 대상으로 전략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전향적이며 전략적인 외교 구상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당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과의 협력 공간이 위축되어 있지만 일대일로는 결국 중국의 부상 실현을 위한 신성장동력 모색의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하여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추진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점진적으로 협력의 공간을 재생산해내는 대응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구상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단지 외교적 수사에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한국의 지경학적 중요성을 재인식할 수 있게 하는 환경과 조건을 조성하려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중국 내의 낙후지역이면서 자칫 일대일로 구상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 사이에 경제협력 지대를 조성하기 위해서 우선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의 기반을 선행적으로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 일대일로 구상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연선국가들, 즉 중앙아시아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가는 외교 지형의 확장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중국과의 협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연선국가들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향후 중국과의 경쟁이나 협력에서 협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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