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편법증여 급증… 정부, ‘부의 대물림’ 부정적 여론에 양성화 고민

입력 2016-08-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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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65) 씨는 최근 결혼을 앞둔 장남을 위해 자신의 자금 3억 원으로 자녀 명의의 신혼집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증여 전세금을 자녀가 부모로부터 빌린 것으로 하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는 말에 차입증서를 작성하고 이자 지급 명목으로 일정 금액의 용돈을 받기로 했다.

자산가들의 편법 증여가 크게 늘고 있어 세법 개정을 통한 양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부의 되물림’을 허용해 주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강해 정부가 선뜻 추진을 못하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로부터 증여받았다고 신고한 수증자는 9만8045명이다. 이는 1년 전(8만8972명)보다 1만 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증여세 신고 인원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를 고려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부동산과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자녀가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내고 부모가 대출금을 갚아주거나, 보증금을 줄이고 고액의 월세를 내는 ‘고가 월세’인 경우에도 증여 사실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부담부 증여’ 역시 증여 직전 특별한 이유 없이 대출이 이뤄진 경우, 부모가 부채를 대신 갚아주는 경우 절세가 아닌 탈세로, 명백한 위법 행위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장모가 구입한 경기 용인 아파트를 부인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부친으로부터 십정동의 땅을 증여받기 전 4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사실이 알려져 역시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증여세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다, ‘부자감세’라는 부정적 여론에 잠시 접어둔 상태다. 기재부는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고령화로 구조적 소비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상속ㆍ증여세 부담 완화를 통해 중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부의 이전을 원활히 하겠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부자감세’ 역풍을 우려해 2년째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셋값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증여 공제 액수를 현재 5000억 원에서 확대하고 그 이상은 엄격한 징수를 통해 부의 정당한 대물림 관행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최근 부모가 자녀의 결혼과 출산 시 자금 지원을 해 줘도 1억 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도록 하고 대신 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55%로 올렸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증여세 신고 인원이 9만 명에 불과해 증여세를 완화하면 일부 계층에 치우친 혜택이 될 수 있다”며 “경제활성화 효과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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