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라운드2 ②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규제 피하며 계열사 지분 확대…정의선 ‘승계 미션’

입력 2016-06-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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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지분 확대, 순환고리 끊고 지배강화 효과…글로비스 지분 활용 ‘승계의 키’로

현대차그룹 체재 개편의 핵심은 적통 후계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다.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 정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전반을 장악하기 위해선 지분 이전이 필수적이다. 정 부회장이 당당한 오너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상당한 지분 변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이 현재 지배구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에 대한 보유 지분은 현대차 2.3%, 기아차 1.74%에 불과하다. 결국 정 부회장의 안정적인 대권 승계를 위해선 점점 까다로워지는 순환출자 규제를 피하면서 최소한의 승계자금으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본게임은 아직…지배구조 개편 밑거름 작업 중 =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에 대한 오너 지분율이 비교적 낮지만 순환출자를 기반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현대차(7.5%)와 현대모비스(7.0%), 현대제철(11.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지분 이전 작업으로 복잡한 순환출자로 얽혀있는 지배구조를 정리하며 본격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바닥을 다졌다. 특히 핵심 계열사와 지분관계가 얽힌 현대제철과 하이스코를 합병함으로써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차’와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차’로 단순화했다.

또 현대엠코-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위스코-현대위아의 합병, 현대글로비스ㆍ이노션ㆍ현대오토에버의 지분매각 등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지배구조의 상위 계열사에 대한 오너 지분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승계자금으로 쓰일 현금 실탄도 마련했다. 이노션 상장 이전에 지분 30%를 매각한 데 이어 상장과정에서 8%의 지분을 구주매출의 형식으로 현금화했다. 정 부회장은 이런 유동성을 바탕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지분(0.84%)을 매입하면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에 대한 지분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승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 재계와 증권가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관건은 지주사 전환 여부와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의 활용법이다.

우선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비스에 출자하거나, 글로비스와 모비스를 합병해 모비스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 때 순환출자 고리가 약한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이는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지만, 5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승계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모비스 투자부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는 지주사로 전환할 필요가 없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지만, 기존 순환출자가 그대로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할까 = 현행법은 추가 순환출자를 금지하면서 계열사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긴 순환출자 연결고리 강화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즉 현재 순환출자 고리는 인정하지만, 순환출자 고리가 현재보다 강화되는 것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방안으로 지주사 체제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과 비교할 때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계열사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전환 과정은 상대적으로 쉽다. 문제는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 처리 문제다. 현행법으로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등이 자동차 금융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점에서 금융사를 매각하기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안한다’기 보다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가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중간금융회사 관련 공정거래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현대차 3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분리해 중간금융지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분 정리 과정을 지주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모비스는 작년 하반기 약 212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 희석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올해 1분기 말 모비스의 자사주 지분율은 2.75%에 달한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이 최근 현대차 지분을 직접 매입한 것 역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첫걸음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들어간다면 모비스와 기아차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후, 지주회사끼리 합병할 수 있다. 또 그룹의 핵심 계열 3사를 인적분할한 후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대제철의 모비스 지분은 1조원 남짓에 불과해 순환출자 해소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글로비스 지분을 현물 출자하거나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법으로 정 부회장의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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