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흥분의 첫 사용기

입력 2015-12-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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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세 개를 눈앞에 두고 기분이 묘했다. 흠, 어디 보자. 아이패드 프로 128GB 셀룰러 모델에 애플펜슬과 스마트 키보드가 놓여있다.

12.9인치의 아이패드 프로는 박스부터 참 크다. 맥북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가격도 그러하다. 촌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려보자면 한국 출시 가격 기준 총 170만 8000원 어치의 물건. 이걸 들고 뭘 하면 잘 써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일단은 이 제품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동시에 품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간단한 소감부터 전할까 한다. 참고로 지금 나는 스마트 키보드로 기사를 작성 중이다.

1. 크면 좋다고 했잖아요

먼저 크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왜냐면 이 아이는 정말 크니까. 12.9인치의 화면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솔직히 지난 9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처음 봤을 땐, 손에 쥐어보고 너무 커서 좀 쫄았다. 이렇게 큰 걸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이패드 프로는 가로 길이가 220.6mm로, 아이패드 미니4의 세로(203.2mm)보다 더 길다.

촬영할 때 달리 비교할 게 없어서 신형 맥북과 나란히 배치해 보았다. 아이패드 프로의 압승이다. 물론 맥북보다 아이패드 프로가 훨씬 가볍고 얇다. 두께는 아이폰6s보다 0.2mm 얇은 6.9mm다. 이렇게 큰 제품이 이렇게 얇다니. 들고 있으면 실로 아슬아슬하다. 무게는 셀룰러 모델 기준 723g.

이 제품을 처음 본 사람은 100%의 확률로 “헐, 크다”라고 놀란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30분만 써보고 나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눈이 간사해서 금세 이 커다랗고 근사한 화면에 적응해 버린다. 믿을 수 없겠지만 진짜다. 손에 들고 사용하다 보면 아이패드 프로의 크기가 전통적인 잡지 판형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휴대성이다. 눈은 적응이 빠르지만 손은 적응이 더디다. 아이패드를 들고 이동할 때마다 새삼 12.9인치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사실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은데 면적이 넓은 게 문제다. 가방에 넣기도 애매하다. 기존 아이패드처럼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순 없을 것 같다. 연약한 내겐 좀 버겁다.

2. 눈과 귀가 즐거운 프로

디스플레이는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내가 사용해본 iOS 기기 중 가장 완벽한 화면이다. 2732×2048 해상도의 화질에선 단점을 찾기 힘들다. 이렇게 써놓으면 여러분은 앱등이가 왔다고 손가락질하겠지. 그래도 좋은 걸 어떻게 안 좋다고 말하겠는가.

특히 아이패드 에어2에 처음 썼던 반사 방지 코팅이 적용돼 화면 보기 편안하다. 검은 화면이 나오거나 화면을 껐을 때, 뜻밖의 오징어 같은 내 얼굴과 마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혹시 거울로 쓰고 싶었다면 안타깝게 됐다. 블랙의 표현이 더 어둡고 짙어진 것도 만족스럽다. 깨끗한 화이트와 풍부한 컬러 표현력을 보여줌은 물론이다. 그냥 아이맥 5K 모델에서 12.9인치 크기만큼 디스플레이를 오려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스피커 대한 평가도 좋다. 일단 볼륨이 엄청나다. 사운드 테스트해본답시고 방에서 최대 볼륨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가 깜짝 놀랐다. 네 모서리에 각각 하나씩 총 네 개의 스피커가 들어 있어 소리가 풍성하다. 내가 요즘 유일하게 하는 모바일 게임인 BADLAND를 플레이해봤는데 입체적인 사운드에 감탄했다. 네 개의 스피커에서 각각 다른 사운드가 흘러나와서 아이패드 스피커 주제에 공간감을 표현해준다. 왼쪽, 오른쪽, 아래, 위의 구분이 확실한 스피커다. 참고로 네 방향의 스피커가 각기 다른 역할을 맡는다. 아래 두 개는 베이스만, 위의 두 개는 베이스와 동시에 미드와 하이 음역대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 역할 분배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방향에 따라서 달라진다.

3. 애증의 애플펜슬

드디어 애플펜슬을 얘기할 차례다. 난 솔직히 아이패드 프로 자체보다는 애플펜슬을 더 기대했다. 개인적으로 스타일러스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 중에서도 갤럭시 노트를 가장 좋아한다. 작고 가벼우며 수납도 되고, 충전이나 페어링도 필요 없으며 심지어 공짜(?)인 S펜을 가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갤럭시 노트를 1세대 모델부터 지켜본 결과 S펜의 진화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젠 필기감도 끝내주고 딜레이를 논할 단계는 지나버렸다.

그런데 애플펜슬은 어떠한가. 실로 불친절하다. 애플펜슬 없이 아이패드 프로를 쓰는 건 ‘앙꼬 없는 찐빵’처럼 허전하건만(식상한 표현이라 피하고 싶었는데 이보다 좋은 비유는 없는 것 같았다), 따로 구매해야 하다니! 심지어 12만 9000원이다. 더불어 간편하고 쉽긴 하지만 페어링과 충전도 필요하다. 15초 충전으로 30분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전이 빠르니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완전히 충전하면 12시간은 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건 애플펜슬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어제도 커피숍에서 쓰다가 어디론가 또르르 굴러가버려서 깜짝 놀랐다. 충전을 하려면 뒷 뚜껑을 열어 라이트닝 단자를 아이패드 프로에 연결해야 하는데, 난 아마 조만간 이 작은 꼭다리를 잃어버릴 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장장 세 문단에 걸쳐 불평을 늘어놓긴 했는데, 막상 써보면 저런 불만은 쏙 들어간다. 아마 애플은 가장 아날로그 연필에 가까운 도구를 만들기 위해 고집스런 선택을 한 것 같다. 늘 그렇듯이 말이다. 그래서 저렇게 많은 약점을 방치했을 것이다. 다행히 여러 불만을 감수하고 손에 넣을 가치가 있었다. 화면에 대고 펜을 휘둘렀을 때 선이 그려지는 감각이나 속도는 예술적이다. 나도 본래 PC에서 와콤 태블릿을 쓰는데 그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애플이 스타일러스를 처음 만든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연필 툴로 스케치를 하다가 애플펜슬을 기울이면, 실제 연필심을 기울여 사용하는 것처럼 리얼한 표현이 된다. 압력에 대한 반응도 훌륭하다. 화면과 펜 사이의 거리감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애플펜슬의 포인트다. 이 모든 일은 펜팁 끝에 있는 전극이 실시간으로 화면과의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초당 240회에 걸쳐 끊임없이 센서의 위치와 거리를 파악하고 그 작업들이 매끄러운 스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애플펜슬을 위해 디스플레이 개발 단계부터 준비했다는 뜻. 그래서 아이패드 에어2에서는 애플펜슬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앱마다 최적화 정도가 다르지만, 기본 메모 앱과 Procreate 앱에서 애플워치의 경험은 짜릿할 정도다. 오래전 만화가를 꿈꿨던 나는 한참이나 화면을 붙잡고 작업 활동에 매진했다. 재밌다. 아마 웹툰 작가들을 비롯해 본래 PC에서 그림 작업을 하던 이들은 이 제품에 매력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모두가 걱정하는 팜 리젝션은 없다. 오히려 펜과 손가락을 다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메모 앱에서 스케치를 하다 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자’를 사용할 수 있다.

애플펜슬을 가만히 내려 두면, 무조건 로고가 위로 올라오게 만든 것도 깨알 같은 점. 이 요망한 펜슬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기사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이미 흥분해서 생각보다 길게 다룬 것 같긴 하지만.

4. 애플의 결벽증이 만든 키보드

스마트 키보드 역시 애플펜슬과 함께 등장한 고급 액세서리다. 왜 고급이라고 말하냐면 얘는 무려 22만 9000원이니까… 물론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 만든 신기한 키보드다. 일단 얇다. 그냥 아이패드 커버로 사용할 때는 아무도 이게 키보드인 줄 모를 만큼 얇다. 커버에서 키보드를 꺼내는 순간은 꼭 마술 같다. 자, 여기서 이게 나오는 거야!

두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키보드 조작에 탄성을 주는 스프링 등의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대신 특수 패브릭으로 키보드를 감쌌다. 이 독특한 패브릭은 묘한 탄성을 가지고 있어서 키보드를 눌렀을 때 가볍고 경쾌하게 반응한다. 얼룩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서 물이나 음료를 쏟아도 괜찮다는데, 차마 테스트는 못해보겠다…

타이핑할 때의 느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맥북과는 또 다르다. 손에 전해지는 감각은 좀 더 가볍지만, 눌리는 정도는 조금 더 깊다. 나는 금방 적응해서 이렇게 긴 기사도 쓰고 있지만, 취향에 따라 장난감 같아서 별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 키 사이의 간격이 넓어 오타가 잘 나지 않는 것은 장점. 키감이 가벼워서 오래 사용해도 손에 피로가 적다. 커맨드 키와 결합해 다양한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사실 이 키보드에서 제일 신기한 부분은 커넥터다. 블루투스 연결 방식으로 페어링하는 구조가 아니라, 스마트 커넥터라고 부르는 단자를 자석으로 딱 붙여주면 끝이다. 이건 꽤 간편하다. 전원 공급은 물론 페어링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페어링 반응도 블루투스보다 훨씬 즉각적이다.

그런데 이 스마트 커넥터와 키보드 사이에는 전선 하나 없는데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스마트 키보드의 커버 안에 아주 얇은 전도성 패브릭을 넣었더라. 이게 전선보다 내구성도 뛰어나고 훨씬 얇은 두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키보드 하나에 이런 열정을 쏟아붓다니. 역시 애플의 결벽증은 놀랍다. 아직 한글 버전 스마트 키보드가 없는 것도 결벽증의 일환은 아니겠지? 굉장히 잘 만든 키보드지만 한글 키보드가 없고 각도 조절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서드 파티 키보드를 기다려봐도 괜찮을 것.

자, 이렇게 애플의 크으으으으은 신제품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첫 소감을 마친다. 좀 더 깊게 사용하고 괴롭힌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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