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 스포츠 외교] ‘외교 금메달’이 필요해…경기력 치중 韓체육계 외교력 미흡

입력 2015-08-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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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25)가 다시 한 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김연아는 집중된 전 세계 이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의 승리였다. 김연아는 참았던 눈물을 훔치며 기쁨을 나눴다. 은반 위 김연아가 아니다. 지난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의 김연아다.

당시 김연아는 동계올림픽 삼수에 나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참가했다. 프리젠테이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연아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밝은 미소로 전 세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연아가 힘을 보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삼수 끝에 올림픽 유치라는 감격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남아공 더반에서의 승리는 한국 스포츠 외교사에 큰 획을 그었다. 경기력만을 최고로 여겨온 한국 스포츠였다. 스포츠 외교력 부족은 동계올림픽 도전 삼수라는 고행 길로 이어졌다. 비록 동계올림픽 유치는 성공했지만 백년대계 스포츠 외교와 그에 맞는 인재 육성이라는 머나먼 과제를 절감케 했다.

스포츠 외교의 사전적 의미는 스포츠를 활용한 국가 간의 정치·외교다. 최근에는 스포츠 협력이라는 말이 대안적 정의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스포츠 외교력은 국제사회 영향력으로 작용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그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포츠 빅 이벤트는 경제적 이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는 경연장이자 스포츠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다. 물론 동·하계 올림픽, FIFA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빅 이벤트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년간 준비해도 성공 개최를 보장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빅 이벤트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는 그것을 통한 스포츠 시장 활성화와 국력을 과시함으로써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외교는 국가 간 우호 증진과 평화협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는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해 각각 우승(탁구 여자단체전)과 8강 진출(축구)이라는 쾌거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스포츠 외교력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경기력, 국제기구 활동 인물 수, 스포츠 이벤트 유치 등을 통틀어봤을 때 한국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포츠 외교력(협력) 증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력 중심의 체육에서 탈피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학업까지 포기하는 대부분의 엘리트선수는 운동을 그만두는 순간 사회생활로의 진입이 차단될 만큼 기본적인 학식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다를 게 없다. 스타플레이어라 해도 은퇴와 함께 찬밥신세로 전락,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엘리트체육과 승리지상주의가 나은 폐해다.

한국 스포츠에 만연한 파벌주의도 스포츠 외교관 양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력과 상관없이 스포츠 외교나 행정에 관심을 갖는 인재는 나름의 진로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경기인 출신에 대한 차별과 파벌주의로 인해 실력자들이 체육계를 등지고 있는 현실이다.

스포츠의 진짜 권력자는 플레이어가 아닌 스포츠 외교관이다. 결국 이들은 해당 종목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성희 교수는 “특정 스포츠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생활체육과 풀뿌리 체육을 정책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냐가 한국 스포츠 외교의 미래적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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