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국가보안법 6번째 합헌 결정…'이적 표현물 소지죄 처벌은 정당"

입력 2015-05-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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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메일 한글 파일로 소위 '이적 표현물'이라고 불리는 '한총련 총노선 초안'을 소지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았다. A씨는 파일을 소지하고 있었을 뿐, 타인에게 유포하지 않았지만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3월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행위에 비해 처벌이 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1항과 5항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 헌재,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은 정당"

기본적으로 이적 표현물 소지를 처벌하는 규정은 이 법 7조 5항이다. 하지만 소지만으로 바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소지자에게 1항에서 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같은 조문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헌재는 소지자의 '목적'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북한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이라도 남·북한의 교류 확대나 평화협정 체결처럼 협력의 동반자로서의 북한 지위와 관련된 주장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없으므로 이적행위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남북 간 전쟁이 있었고 아직도 남북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일련의 핵개발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시도 등 각종 도발을 계속하는 특수한 긴장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 재판관 3인, "소지죄 처벌조항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침해" 반대의견

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소지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표현물을 소지 또는 취득해 읽는 것은 모든 정신적 자유권의 가장 원초적인 기초이고, 양심과 사상 형성의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엄격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는 그 자체로는 대외적 전파가능성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적행위 중 '동조' 부분에 대해서는 김이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면 기본권 주체는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반국가단체 등이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은 그 의미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범위도 매우 포괄적"이라며 "이 규정은 과연 어떠한 내용의 주장까지 처벌하는 것인지 경계를 알기 어렵고, 정부의 대북정책 및 통일 정책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경우 까지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 개정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 6번째…9:0에서 6:3으로

옛 국가보안법은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후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이 추가됐고, 법 개정 이후 헌재는 총 5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내렸다. 가장 최근은 2004년 8월로,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과 5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이적표현물 소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안전 등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에 제한하고 있고, 단순한 학문연구나 순수 예술활동의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보관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 또는 사상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소지자가 인식해야 하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을 알면서'의 개념이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소지죄라는 것은 서적의 존재 자체, 또 그 서적에 담긴 사상의 존재 자체를 불법화하는 것인데 '불법서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표현의 자유 보호 원리인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종(55)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소지죄 조항을 적용해 추가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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