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무가보주(無價寶珠)’ 이야기

입력 2015-03-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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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옛날에 한 청년이 친구에게 보석을 선물했다. 혹시 도둑이라도 맞을까봐 친구가 자는 사이 옷 안쪽에 바느질을 해서 보석을 잘 감춰뒀다. 그런데 친구가 아침 일찍 길을 떠나는 바람에 보석을 어디에 뒀는지 말하지 못했다. 긴 세월 동안 친구는 가난하게 살면서도 옷 속에 보석이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뒤에야 항상 보석을 품에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예화는 법화경에 나오는 ‘무가보주(無價寶珠),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석’이라는 이야기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박사가 지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책에서 한국인을 빗대서 말한 일화이기도 하다. 보석을 품에 지니고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한국인이란다.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과거 식민지 운영 경험이 없는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전 세계 수많은 개발도상국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은 자신이 선진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적한다.

세계인이 한국에서 만든 대형 선박으로 수송된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한국산 휴대폰을 이용해 친구들과 대화하고 한국산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한국인은 그 위상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는 1950년대 소말리아와 같이 기아에 허덕이는 경제적 빈곤을 경험했지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기반이 있기에 오늘날의 경제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원자력발전도 어쩌면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 온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전통과 과학적 소양이 밑거름이 돼 세계 그 어느 나라 보다 빠른 시간 안에 기술력을 인정받은 분야가 아닐까 싶다.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표준설계 사전심사를 통과시키고 본심사에 착수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NRC 사전심사를 통과한 첫 사례다. 본심사를 통과하면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할 자격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NRC 설계인증은 세계 시장에서 안전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상회담에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2기를 사우디에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스마트는 10만kW급 전력을 생산하며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기능을 갖췄다. 2018년까지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수출에 성공한다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에 이어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고 국가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쾌거가 될 것이다.

부(富)는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 우리가 잘하는 것을 갈고 닦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원전산업의 미래는 밝다. 갈수록 늘어가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대안은 현재로선 마땅히 없다.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면서 국민과 더욱 소통하는 일, 그것이 무가보주, 즉 옷 속에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내 우리 경제 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만들어 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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