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미국경제] 한국이 배울 점은…‘고강도 구조조정’ 정부의 뚝심

입력 2014-12-29 09:23 수정 2014-12-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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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비 확대 경기회복 견인…고용의 안정화로 제조업 부흥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회복된 배경에는 가계소비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뚝심있는 정책과 성공적인 구조개혁도 경기회복의 한 축이 됐다. 여러 면에서 현재의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미국은 소비로 굴러가는 나라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쥐락펴락하는 게 가계소비다. 올해 2분기 미국의 가계 소비는 1분기 대비 2.5% 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고, 3분기에는 3.2%까지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미국 기업들은 소비증가로 여력이 생기자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됐다.

가계소비가 증가한 것은 고용안정 덕분이다. 미국 정부는 차세대 유망 업종에 대한 투자액의 30%를 세액공제 해주고 제조업 연구·개발(R&D) 세제 지원에 500억 달러를 투입했다. 또 중소기업 고용장려금으로 250억 달러를 책정했고,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이 유턴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등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쏟아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혁신 시스템이 살아나면서 애플·구글·트위터 등의 기업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고용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할 때 기준으로 삼는 월간 20만개 신규 일자리 창출이 10개월째 이어졌다. 실업률은 6년4개월래 최저치인 5.8%로 낮아져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완전고용(5.2~5.6%) 수준에 바짝 접근했다. 여기에 셰일 혁명으로 낮아진 기름값은 소비회복의 불쏘시개가 됐다. ‘고용 안정→가계 소비 확대→기업 수입 증가→투자 확대→신규 고용 창출’의 선순환이 생긴 것이다.

이 부분에서 한국의 경기 흐름은 미국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2로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형편없다. 3·4분기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쳐 30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고 월평균 실질임금 증가율도 0.08%로 6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서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실정이다.

미국 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경기회복을 견인했다. 이른바 ‘제조업 르네상스’가 이뤄질 수 있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고용구조와 신축성 있는 노사관계가 있었다. 발 빠른 인력 감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졌고, 특히 저금리에 힘입어 금융비용을 대폭 줄여 경상 이윤이 많이 증가했다. 애플은 4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구현했고, GM·포드·크라이슬러는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노동부문 구조개혁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점이 큰 대목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주도한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미국 경제를 소생시키고자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종전 관행을 과감히 탈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미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6년간 4조 달러를 풀었다. 비판과 반론이 많았지만 정부와 통화당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란 목표를 향해 한 호흡으로 움직였다. 이 또한 정책마다 부처 간 엇박자가 잦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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