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이 흔들린다…저가 수주에 발목 잡힌 중공업계

입력 2014-10-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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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공업계가 저가 수주의 늪에 발목을 잡혔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후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30일 공개한 이 회사의 3분기 실적은 매출 12조4040억원, 영업손실 1조9346억원이다.

당초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손실을 1500억원 안팎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적 발표 전 본지가 취재한 결과, 예상과 달리 1조원대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됐고 이는 현실이 됐다. ▲본지 10월 29일자 8면

삼성중공업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18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실적은 전 분기와 비슷한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 성장없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 두산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1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감소했다.

중공업계의 실적 부진은 2010년 이후 조선부문이 침체되면서 해양ㆍ플랜트 부문에 너나없이 수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현대중공업에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3분기 7791억원)을 발생시킨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 슈퀘이크 발전소도 적정 가격보다 30~40% 낮게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두 공사를 66억 달러에 수주했다.

중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해양ㆍ플랜트 부문에서 경험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단 수주는 해놓고 보자’는 식의 안일주의가 현재의 실적 악화를 만든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대우조선해양도 플랜트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저가 수주는 국내 중공업체 모두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큰 규모의 손실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분명 어려운 사업은 있다”면서도 “재작년과 작년에 나눠서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올해는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공업계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조선시황이 여전히 불황의 한 가운데 있다. 플랜트 발주는 중동지역에서 독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가격을 크게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도 조선부문 적자가 유력하다”며 “그룹의 경영환경이 복합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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