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寒 지나고, 흐리다 눈,
눈 내리고, 오늘은
耶蘇가 찾아오는 날
간밤, 무릎 시리고 저녁 놀 붉더니
관철동에서 성포동, 내 삶의 갱도 위,
내리는 눈
눈
눈, 펄
펄, 펄
펄, 눈
눈, 펄, 펄
펄, 펄
눈
낙향 같은, 늦은 歸家
갑자기 터지는
두 살배기 딸내미 웃음소리 한 굽이가
전차 침목 같은 나날 사이에, 사다리를 놓는다
耶蘇를 만나러...
소치 동계올림픽이 시작됐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 대한 해설에 이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저 기술은 고득점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저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가산점을 받을 것입니다. 서양: 저 점프!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중산층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소위 ‘시민계급’의 역사, 곧 중산층의 역사라 할 것이다. 권력이 왕과 귀족의 독점에서 시민계급으로의 이행 과정인 것이다. 타협으로 장기간에 걸쳐 권력을 배분한 것이 영국의 명예혁명이었고, 폭력적 힘으로 권력을 쟁탈한 것이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이었다.
그래서 튼튼한 중산층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1492년 8월 3일 에스파냐의 팔로스 항에서 작은 배 세 척이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했다. 산타마리아호에 함장기가 펄럭였다. 콜럼버스는 마침내 닻줄을 풀고 항해를 명령했다. 목적지는 향료의 땅 인도와 황금의 나라 지팡구, 일본이었다.
콜럼버스는 10년 동안 이날을 위해 준비해왔다. 계획을 세우고 서쪽 대양과 그 뒤에 있다고 예상되는 대륙에 대한 모든...
호저(豪猪)라는 동물이 있다.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사는 멧돼지의 한 종류이다. 몸에 길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그리고 등과 배, 옆구리, 꼬리에 강하고 뻣뻣한 가시가 있는데 가시가 있는 꼬리로 공격자를 쳐서 자신을 방어한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두 마리 호저는 서로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려고 한다. 그런데 너무 힘껏 껴안으면 몸에 있는 가시로...
직업에 관한 농담이 하나 있다. 미국에는 철학자라는 직업이 없고 독일에는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이 없으며, 일본에는 플레이보이라는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보이를 직업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런 면이 있다는 의미다. 플레이보이는 누구인가. 한마디로 ‘작업’에 능한 ‘선수’를 말한다. ‘선수’의 자격은 유머와 농담, 즉 대화 능력에 있다.
‘선수’들은...
최근 두 재벌기업의 운명이 기울었다. 계열기업 순위 11위와 38위의 계열기업군이 순식간에 망하고 만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 그럼 두 꽃은 피기는 한 것이며 두 달(月)은 과연 차기는 할 것일까.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2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우리나라...
만주어(滿洲語)가 사라지고 있다. 만주어는 청나라 시대 중국의 ‘국어’였다. 현재 만주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100여명, 만주어 학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에서 자신들을 만주족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1000만 명 정도,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어만을 쓰고 있다. 1912년 청나라가 망한지 100년 만에 언어가 없어져 버렸다. 만주족은 한족에...
‘삼국지연의’ 소위 ‘삼국지’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전략전술의 엑스포 전시장이라 할 만하다. 미인계(美人計)는 축에도 들지 못한다. 첩자를 속여 역이용하는 반간계(反間計), 속임수로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는 고육계(苦肉計)가 있고, 무방비 상태인 것처럼 보여 공격을 모면하는 공성계(空城計)도 있다. 또 난이도 높은 연환계(連環計)가 있다.
적벽대전에서의...
산에 가보면 소나무 없는 산이 없다.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예전부터 소나무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잡목(雜木)을 베어냈기 때문이란다. 소나무를 왜 그리 중하게 여겼을까. 일단 생김새가 우아하다. 그 자태는 말 타고 갓을 쓴 선비를 연상케 한다. 사철 푸른 그 기상 또한 훈계할 때 비유로 삼기에 딱 맞다. 무엇보다 그 쓰임새가 많았다. 솔방울은 물론이고...
맹자(孟子)와 같은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고자(告子)라는 인물이 있었다. 告子의 이름은 고불해(告不害), 쾌락주의자라 할 만한 사람이었다. 고자는 ‘타고난 것을 본성(本性)이라고 한다’라고 주장하고 ‘타고난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말하였다. 告子는 평소에 ‘음식을 좋아하고 色을 좋아하는 것이 성(性)이다’, 性은 善함도 없고 不善함도...
끝물치레도 없이 여름에서 바로 가을로 가는 느낌이다. 계절의 변화는 순식간이다. 자연은 이렇게 표변(豹變)한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산사(山寺)를 찾는다. 절집을 구경하다가 문득 뒤를 돌아 마당을 본다. 굽은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달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반쯤 열린 문으로 개울이 슬며시 들어와 물소리를 풀어놓는다. 멀리 산문과 풍경들이 휘익 달려든다....
올여름 더위는 정말 유난했다. 우리나라도 확실히 아열대 기후에 편입된 것 같다. 제주도 야자나무가 남해안에 상륙한 지 오래되었고, 귤나무도 옮겨 심어 잘 자라고 있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벼농사 이모작(二毛作)에 성공하였다. 기후 변화는 자연환경은 물론 우리 역사마저 바꿔 버린다. 서기 476년에 있었던 로마의 멸망도 게르만족의 이동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어느 시골 마을, 이 마을 사람들에게 세탁기는 아주 고약한 물건이다. 잦은 고장 때문이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탁기가 금세 고장 나고, 고치면 얼마 못가 곧 고장이 나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무슨 제품을 이 따위로 만드냐”면서 세탁기 생산회사에 불만이 심했다. 현장 수리기사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면 세탁기 안에 야채찌꺼기가 쌓여 있곤 했다....
만나자마자 모 소기업 사장은 한탄을 늘어놓았다. 직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횡령이었다. 그 직원은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경리업무를 그 직원에게 맡겼단다. 먼 친척이어서 더욱 믿었다. 그래서 사장의 배신감은 더 컸다. 5년에 걸쳐 조금씩 티 나지 않게 해 먹어서 올 초 세무조사가 나와서야 알게 되었다. 그 사장의 체험적 사장론(社長論)은...
사마천(司馬遷)은 역사가이다. 뿐만 아니라 사마천은 여행가였다. 또 위대한 경제학자였다. 사마천은 관리가 되기 전과 후일 관리로서 도합 7차에 걸쳐 내몽골 자치구와 동북 3성, 신강성 위구르 자치구와 감숙성 및 서장성의 티베트 자치구까지 중국 전역을 여행했다. 여행을 통해 사마천은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고 민중의 구체적 살림살이를 직접 확인하였다.
[史記]의...
같은 돈인데도 공돈 같은 돈이 있다. 넣어 두고 잊어버렸는데 무심코 발견한 비상금도 그렇고, 빌려 주고 받기를 포기했는데 돌려받은 경우도 그렇다. 그런 돈은 한마디로 쉽게 쓰게 된다. 우리는 경제적인 회계장부 외에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다. 이를 ‘마음의 회계’, ‘심리계좌(mental accounting)’라 한다. 출처나 사용처에 따라 다른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