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와 휠라, 그 아름다운 동행 [기업과 스타]

입력 2014-10-0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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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좌)와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한국 스포츠사에 따뜻한 기록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듯하다. (사진=뉴시스)

‘체조 요정’의 우아한 연기가 45억 아시아인을 매료시켰다. 때로는 나비처럼 가볍게 날았고, 때로는 발레리나처럼 사뿐한 발놀림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의 표정 하나 하나, 몸짓 하나 하나에 숨을 죽였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목에는 금빛 메달이 걸렸다. 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 손연재(20·연세대)다.

손연재의 금메달 소식은 온 국민을 웃고 울렸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리듬체조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 20년 만에 첫 금메달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한 손연재는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하며 인천아시안게임 전망을 밝게 했다. 그리고 또 2년 뒤 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다.

참으로 고단한 행보였다.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태어나 오로지 열정만으로 정상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어린 소녀의 눈물겨운 노력에 모두가 박수를 보낸 건 아니다. “운동보다 미모 가꾸기와 CF촬영에 관심이 많다”는 악의적이고 비도덕적인 댓글을 볼 때마다 손연재와 그의 가족은 미어지는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손연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리듬체조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20년 만의 쾌거다. (사진=뉴시스)

손연재는 한때 ‘피겨 여왕’ 김연아(25)와 한솥밥을 먹었다. 2008년 김연아가 몸담았던 IB스포츠(현 IB월드와이드)와 매니지먼트 계약에 합의하면서다. 그러나 김연아와 비교해 내세울 게 없던 손연재는 한해 수억원에 달하는 전지훈련비 마련이 막막했다.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리듬체조라는 종목 자체도 생소했다. 하지만 작고 어린 손연재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기업도 있었다. 휠라코리아(회장 윤윤수)다. 비록 의류 및 용품 후원이었지만 손연재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당시(2009년 7월) 휠라코리아는 프로야구(두산)를 비롯해 축구·배구·테니스·골프 등 10여개 종목 선수들에게 유니폼 및 용품 후원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명의 어린 소녀에게까지 후원의 손을 뻗힐 여력은 없었다.

손연재는 이후 KB금융그룹과의 광고·후원 계약(2010년 5월)을 시작으로 CF스타로 급부상했다. 특히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광고계 러브콜이 줄을 이었다. LG 휘센·LG 옵티머스·더페이스샵·KCC건설·미스터피자·오션월드·썬키스트·휠라·한국피앤지 등 다수의 CF에 출연, 지난해 포브스에서 발표한 ‘2013년 한국 파워 셀러브리티 베스트 10’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손연재가 무명 시절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휠라코리아에 성적으로써 보답했다. (사진=뉴시스)

의류 브랜드 사이에서는 월등한 조건을 내세며 손연재를 유혹했다. 그러나 손연재는 휠라를 외면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지난 2012년 8월 휠라와 2년간 의류·용품 일체를 후원받는 조건으로 연장 계약서에 사인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2009년 어린 소녀의 열정을 보며 흔쾌히 후원을 결심했고, 손연재는 3년 뒤 한국 리듬체조의 기대주이자 CF퀸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2년 뒤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어려웠던 시절 후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휠라코리아에 성적으로써 보답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손익에 따라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지난 6년 간 손연재와 휠라 사이엔 만족스러운 일만 있었을까. 손연재는 무명시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휠라코리아에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고, 휠라코리아는 손연재를 통한 매출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제 손연재와 휠라가 함께 걸어온 6년간의 여정은 끝을 맺었다. 하지만 손연재와 휠라코리아의 아름다운 동행은 한국 스포츠사에 따뜻한 기록으로써 오래도록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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