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캐리비안 아닌 조선 앞바다에서 웃기다 [리뷰]

입력 2014-07-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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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바다로 간 산적' 메인포스터(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그간 철저히 외면 받았다. 할리우드의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스케일을 뛰어 넘기엔 역량의 한계에 부딪혔고, 그마저도 흥행이 보장되지 않아 막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래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제작 하리마오픽쳐스 유한회사해적문화산업전문회사,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 ‘해적’)에 대한 우려는 컸다. 제작비의 규모만 해도 150억원. 더욱이 그냥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생소한 해양 블록버스터라는 점은 ‘글쎄’라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 황당한 영화의 골격은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후 조선 건국 10년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 생기를 얻는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스틸컷(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바다의 영물 고래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 그리고 관군이 대격돌을 벌인다. 이 삼파전 속에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와 얽히고설킨 관계가 녹아 있다. 해적단 여단주 여월(손예진)은 정의롭고 무예가 출중하다. 결단력이 있으며 의리가 있다. 그녀가 고래를 잡기 위해 나선 것도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산적 장사정(김남길)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있어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다. 성공에 대해 천연덕스러운 욕심이 있어 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관군의 선두에 선 장사정의 원수 모흥갑(김태우)과 여월의 상관 소마(이경영)는 고래사냥에 있어 긴장감을 높이는 잔악무도한 악역이다.

‘해적’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웃음’이다. 앞선 몇몇의 코믹 사극에서 다소 억지스런 웃음이 강요됐던 것에 반해 ‘해적’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성공을 논할 수 있다. 특히 해적단에서 멀미를 하다가 산적으로 전향해 고래 잡기 선봉에 선 철봉 역의 유해진은 그 내공을 여실히 보여주며 영화 내내 웃음의 활로를 튼다. 손예진과 김남길은 찰떡 호흡으로 진지함과 웃음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여기서 김남길의 변신이 주목할 만하다. 능청스런 표정,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행은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조니 뎁)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모방의 언짢음은 없다. 장사정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한국 정서에 맞는 미워할 수 없는 영웅이다. 김남길은 장사정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보여줬던 비담의 매력을 되찾은 듯하다. ‘홍일점’ 손예진은 난생 처음 액션에 도전했다고 하지만 연기 내공만은 명불허전이다. 바다 위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손예진의 액션은 사실적으로 그려져 영화의 균형을 맞춘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스틸컷(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은 신선한 스토리 구조와 적절히 가미된 코믹터치로 관람 전 잔뜩 힘이 들어간 관객의 시선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막대한 제작비와 대형 사극 블록버스터에 대한 거창한 기대감은 한 없이 힘을 뺀 ‘해적’의 유쾌함 앞에 잘 차려진 밥상을 즐기자는 여유로 바뀐다.

이석훈 감독은 전작 ‘댄싱퀸’에서 아내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을 전하는 황정민 후보를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해적’에서도 고래의 묵직함으로 감동 그리기가 시도되지만 간이 맞지 않은 듯 싱겁다. 마음 놓고 웃다가 결말이 허전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대체로 진지한 분위기의 언론시사회장에서도 간간이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대형 블록버스터가 또 있었을까 싶다. 150억원의 제작비가 선사하는 질 높은 볼거리와 해적과 산적으로 변신한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 이경영,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조달환, 이이경, 설리 등 풍성한 캐스팅에서 나오는 웃음과 액션을 통해 올 여름 극장가 블록버스터 대전에 도전장을 던진 ‘해적’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상영시간 130분, 12세이상관람가, 8월 6일 개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스틸컷(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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