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문과즉희(聞過則喜) 자세로 역사의 ‘주인공’ 되시길

입력 2014-07-04 15:48 수정 2014-07-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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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정상의 극치’다. 국무총리 후보자 안대희·문창극씨가 연이어 인사청문회에도 가지 못한 채 여론 검증에서 낙마하더니 급기야 경질된 총리가 유임되는 ‘깜짝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시한부 반려할 때도 그리고 유임할 때도 국민을 향해 직접 설명을 하거나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국정 공백 최소화, 국론 분열 봉합 등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정부의 진정성은 이미 뿌리째 흔들린 상황이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직책이 총리 아니던가. 지난달 말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주저앉았다. ‘별에서 온 대통령’이란 유행어까지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안타깝고 화가 나는 건 정 총리 유임으로 세월호 참사 책임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이후 민심을 반영했다는 박 정부의 인적쇄신도 깨졌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씨는 교육 정책의 수장은커녕 교수 자격도 의심되는 인물이다. 어디 그뿐인가. ‘차떼기 돈’ 배달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국정원장 후보, 강원 화천에서 군복무 중 서울의 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은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 음주운전 경력의 문화부 장관 후보 등이 박 정부가 내놓은 쇄신 인사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두말을 한 셈이 됐다. 결국 국정 공백과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박 대통령이다.

장본인(張本人)은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로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연극, 영화, 소설 따위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지칭하는 ‘주인공(主人公)’과 구분해 써야 한다. 물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인공은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장본인은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으로 정의해 사실 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진 않다. 또 국립국어원이 장본인은 ‘나쁜 일을 한 사람을 뜻하는 경우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더욱 헷갈린다. 하지만 여전히 장본인을 ‘나쁜 일을 일으킨 자’로 정의한 사전이 많다. 민중서림의 ‘한한대자전’은 ‘못된 일을 빚어낸 주동 인물이나 주모자 또는 괴수’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을 ‘장본인’이라고 칭할 경우 큰 모욕을 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좋은 일엔 ‘주인공’,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일엔 ‘장본인’을 쓰는 게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최초의 왕조 하(夏)를 세운 우(禹)임금은 13년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황하의 홍수를 다스리는 데 성공한 인물로 유명하다. 우임금은 억지로 물길을 막는 방식 대신 물길을 자연스럽게 트는 방법으로 홍수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 바탕에는 그가 백성들과 함께 삽을 들고 일하면서 터득한 소통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우임금의 소통의 리더십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주면 그 즉시 기뻐했다’는 ‘문과즉희(聞過則喜)’에 잘 나타난다. 늘 백성들의 직언에 귀 기울이고 허심탄회하게 고충을 나눈 것이 치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도 ‘문과즉희’의 자세로 소통과 혁신에 매진한다면 국정 운영에 성공한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요즘 들어 ‘문과즉희’란 말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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