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닫혔던 쌀 시장 개방 임박…정부, 관세화 선언 ‘숨고르기 중’

입력 2014-06-30 09:07 수정 2014-06-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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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 시간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지만 농민단체의 거센 반대에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수입쌀에 관세를 붙여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쌀 관세화’와 관련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오는 쌀 시장 개방 선언 시점을 당초 이달 말에서 다음달 중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의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는 30일 오후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쌀 관세화 유예종료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다만 당초 이날로 예정돼 있던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입장 발표는 국회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이후 20년 동안 지속돼 온 쌀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정부는 9월 말까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내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할 계획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지면서 쌀 관세화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해와 정부 발표 일정을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15일경으로 예정된 농해수위의 쌀 관세화 유예종료와 관련된 공청회가 끝난 후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아직 쌀 관세화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연간 1인당 밥쌀 소비량은 1995년 106.5kg에서 2013년 67.2kg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쌀 관세화 유예 조건으로 1995년 5만1000톤이었던 의무수입량(MMA)은 올해 40만8700톤까지 늘어나 의무수입물량을 지금보다 2.3배 늘리는 것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반대 기류가 심한 일부 농민단체나 야권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가피해를 최소화할 구체적 대안이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가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는 지난 28일 쌀시장 전면개방 반대와 정부발표 중단, 국회 사전동의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본격화했다.

쌀 관세율도 쟁점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수입 쌀에 대해 국내 쌀 산업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400% 안팎의 관세를 물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400% 수준으로 관세율 결정되도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관세율 인하 압박이 계속될 것이며 쌀 이외에도 민감한 품목이 많은 점도 협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쌀 관세율이 몇 %로 되는가가 쌀 수입자유화 폐지의 핵심적 사항인데도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있다며 정부에 쌀 관세율 공개 요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46개국과의 FTA에서 쌀은 관세감축을 약속한 바 없다”며 “앞으로 있을 FTA에서도 쌀 양허 제외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안팎에서는 임기응변식으로 발표 시점을 미루면서 쌀 개방을 둘러싼 논란만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쌀 관세화 논의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관세율 유지 방안, 쌀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반대론자에 대한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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