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사로잡힌 비판은 여론이 되지 못한다[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4-03-1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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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동계올림픽은 지난 2월 24일(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여자 피겨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의 편파판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마치 소치올림픽에 대한 모든 포커스가 김연아에 맞춰진 듯한 혹은 올림픽에서 피겨 여자 싱글 종목만 열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달 22일에는 미국 USA투데이의 보도를 근거로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익명의 소치올림픽 피겨 심판 중 한 명이 양심선언을 했다”고 전하며 “당시 심판들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점수를 몰아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USA투데이의 원문에는 양심선언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고 단지 “당시 심판진의 국적이 동유럽쪽으로 편중돼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뿐이었다. 애초에 심판 중 한 명이 양심선언을 했다는 문구는 등장하지 않았다.

사실상 김연아가 실제로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에 의해 금메달을 놓쳤다 해도 현재로선 이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김연아 스스로 금메달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밝힌 만큼 재론의 여지는 없다.

2위를 차지한 이후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 등은 성난 여론에 떠밀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만약 김연아까지 판정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재심 요청 의지를 전했다면 과연 관련 단체에서 성난 여론을 잠재울 적절한 대비책은 있었을지 조차 의문이다.

(사진=뉴시스)

물론 성난 여론이 모두 합당한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유럽 심판이라 해서 모두 유럽선수에게 근거없이 높은 점수를 준다는 주장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아시아 심판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는 주장과 동일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유럽에서도 같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일본 심판이 아시아선수라는 이유만으로 국제대회에서 한국선수나 중국선수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 역시 유럽에서 10년 이상을 살면서 느낀 유럽인들의 큰 편견 중 하나는 한국어가 중국어나 일본어와 같거나 비슷하다고 믿는 것이었다. 별다른 경험적 근거없이 이 같은 편견을 갖는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인이 같은 대륙 선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게 하는 것은 어렵다.

독일 심판이 영국이나 프랑스 선수에게 더 좋은 점수를 줄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편견이다. 동유럽 심판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준다고 믿는 점도 편견이다. 과거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이탈리아가 주변국들에게 행한 일들이나 혹은 그 몇 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유럽은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였고 많은 피를 불러왔다. 그 속에서 현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한일 혹은 한중 관계 못지 않은 미묘한 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적인 비판은 여론으로서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유럽 심판 특히 동유럽 심판이 러시아 선수에게 점수를 몰아준다는 비난은 그들의 역사를 모르는 단순한 비난에 불과하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모두 같은 편은 아니다. 한국인이 일본인이나 중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같은 편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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