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세상박론]안현수와 한국지엠, 한국지엠과 안현수

입력 2014-02-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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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선택할 수 있을까 없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어날 국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성인이 된 뒤 해당 나라가 원하는 요구를 충족하면 국적을 바꿀 수 있다.

그럼 자본에는 국적이 있을까. 1990년대 글로벌화가 한창 세를 불릴 때는 자본이 나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국가의 상위 개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두 번의 경제위기를 통한 경쟁의 고도화와 금융자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같은 논리는 퇴색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소송을 하면서 자국의 정치·경제력에 기대고 있는 점. 죽어가던 제너럴모터스(GM)에 산소 호흡기를 달아준 것이 누구인지를 곱씹어 보면 자본에게 국적은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인 셈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을 타기 위해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안현수 논란’이 거세다. 다른 국가를 선택해 목적을 달성한 그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보다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되돌아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은 어떻게 봐야 할까. 성취에 대한 개인의 욕망, 생산성을 높이려는 자본의 욕구만 놓고 보면 외국자본 역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내에 진출했다.

GM 역시 마찬가지다.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를 인수한 것은 국내에서 이윤을 내기 위해서다. GM은 당시 한국의 생산성과 수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GM의 대우차 인수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국내에서는 GM의 철수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신차물량 취소에 이어 한국지엠이 만드는 쉐보레의 유럽 철수로 군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가 35% 줄어든 데 따른 추론이다. 지난 14일 첫 방한한 스테판 자코비 GM 해외사업본부 사장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돌아갔다.

GM의 철수설을 앞서 언급한 자본의 작동원리 측면에서 보면 생산성 하락이 주된 이유가 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취임에 앞서 “한국지엠의 노동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현수 논란에서 놓쳐서는 안 될 현상이 있다. 안현수 선수의 빙판 키스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근저에는 불공정성이 내포돼 있다. 체육계의 속사정을 자세히는 모르나 파벌의 차별이 분노의 공감을 불러왔다.

공정치 못한 경쟁 논리는 자본에도 적용된다. GM은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세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대우차 부도 이전 수준), 신차 개발능력 강화, 해외 판매 확대가 그것이다. 그로부터 12년이나 지났지만 이들 목표는 모두 뒷 걸음질쳤다.

원인은 생산성의 하락 때문이었을까. 같은 기간 비슷한 노동 조건의 현대기아자동차가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을 보면 생산성 탓만 할 수 없다. 또 GM은 이미 한국지엠 인수자금을 크게 웃도는 금액을 본국으로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GM이 다른 해외거점과 견줬을 때 한국지엠에 공정한 투자를 하고 개발 기회를 줬는지, 다른 지역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자본 이전은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자본에는 감정은 없다. 그러나 자본을 대하는 인간은 감정이 있다. ‘안현수 논란’, ‘쌍용차에서 기술만 빼간 상하이차’, ‘먹튀 론스타.’ 현상이 정의 내려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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