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도희 “내가 바로 최대 수혜자” [스타인터뷰]

입력 2014-01-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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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마포 서교동에서 만난 도희(20)(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노래를 좋아하고 라디오를 즐겨 듣던 한 여수 소녀는 TV브라운관 속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보아를 보며 “나도 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막연히 가수를 꿈꿨다. 실용음악학원에 다니기 위해 여수에서 순천을 오가던 이 소녀는 덜컥 서울에 있는 기획사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18세 어린 나이에 홀로 상경해 부푼 마음으로 걸그룹에 데뷔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리고 2013년 이 소녀는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응사’ 신드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뜨거웠던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갓 스무 살을 맞이한 도희를 21일 서울 마포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너무 영광이다. 연기를 준비했던 사람도 아닌데 운이 좋게 들어간 작품이었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될 것 같아서 들어갔다. ‘날 써준다는 게 어디냐’는 마음에 냅다 달려간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응답하라 1994’를 다시 봤는데, 되새겨보면 너무 좋은 작품이자, 길이길이 기억될 이 작품에 함께 하게 된 것이 행복하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지난해 10월 18일 첫 방송 이후, 방송이 된 2달 여간 TV브라운관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배우들이 선보인 경남 마산, 전남 순천 등 각 지역 사투리는 화제가 됐고, 드라마 곳곳에 스며든 1990년대의 소재는 대중문화계를 복고 열풍으로 흔들었다. 도희는 이 작품에서 여수에서 올라온 ‘신촌하숙’ 여대생이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팬인 조윤진을 연기했다. 김성균, 정우 등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들 틈 사이에서도, 여신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며 주목 받은 고아라 옆에서도 그녀는 당당히 존재감을 빛냈다.

“회사에서 부탁했으니까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신원호 PD가 저를 봤을텐데, ‘응답하라 1994’ 캐스팅 오디션 당시 PD님의 표정이 뚱하셨다. 나중에 작품 후반부가 돼서야 들은 얘긴데 PD님이 서울 토박이셔서 사투리를 아예 모르셨더라. 신인 입장에서 저는 PD님 표정을 보고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몇 달 후 ‘함께 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신원호 PD님은 저를 본 후, 몇 달간 오디션을 보셨는데 결국 ‘너보다 사투리를 잘 쓰는 애가 없어서 뽑았다’고 하셨다.”

알려진 대로, 가수 홍진영, 달샤벳 수빈 등 전라도 출신의 스타들이 오디션에 응했지만, 신인 도희가 발탁된 데는 그녀의 차진 사투리가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신원호 PD의 눈은 정확했다. 그녀의 구성진 사투리 연기는 신인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레 다가와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다. 151cm의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사투리 연기는 욕에 가까운 듯 거친 입담이었지만, 대중은 그녀를 사랑스럽게 여겼다.

▲21일 서울 마포 서교동에서 만난 도희(20)(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어릴 적, 밖에서 활동적으로 노는 편이 아니었다. 집에 주로 있었지만, 가끔 엄마 계모임에 따라가거나, 엄마가 장 보러 갈 때 항상 시장 통로에 계신 할머님들과 이야기 했다. 주변 환경이 그랬다. 초등학교 때 엄마 또래 등 나보다 나이가 훌쩍 많으신 분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주로 그런 분들의 말이 몸에 벤 것 같다.”

도희가 드라마에서 뽐낸 전라도 사투리는 유독 그 지역 또래 친구들의 말과 달랐다. 도희가 유년 시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말들은 그녀보다 더 윗세대의 투박한 사투리였다. 이러한 까닭에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어투의 구수한 전남 여수 사투리가 그녀의 입에 붙었고, 시청자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맛깔스러운 입담에 매료됐다. 여기에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와 깜찍한 외모가 그녀의 매력을 더했다.

“시청률 7%를 넘기면 프리 허그를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명동에 갔을 때, 인기를 피부로 느꼈다. 너무 신 났었다. 그동안 걸그룹으로서 제 팬분이 있으시긴 했지만, 프리허그 때는 상황이 달랐다. ‘응답하라 1994’의 큰 인기를 느끼게 된 계기였다. 최근에도 화장도 안 한 채로 안경 끼고 초췌하게 장을 보러 갔는데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시청자가 사랑한 캐릭터 윤진은 삼천포(김성균)와의 러브라인으로 작품 전개 단계부터 결혼에 이르렀다. 윤진은 경상도 남자 삼천포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도희는 극 중 남편 삼천포를 남자 캐릭터 중 으뜸으로 쳤다.

“많은 분이 초반에 해태(손호준)와 러브라인으로 착각하셨는데, 나중에 보니 해태가 눈빛을 남발했더라. 극에 들어가기 전부터 삼천포와 결혼하는 것으로 알았기에 다른 남자는 생각해 본 적 없다. 극 중 삼천포 같은 남자가 최고인 것 같다. 나쁜 남자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21일 서울 마포 서교동에서 만난 도희(20)(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도희는 실제로도 삼천포 역의 김성균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김성균 오빠와 죽이 잘 맞았다. 촬영 현장에서 김성균 오빠와 썰렁한 유머를 주고받으며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그뿐만 아니라, 성동일 선배님과도 알콩달콩 지냈고, ‘여신’으로 기억되던 고아라 언니와 함께한다는 생각에 사실 어깨가 으쓱한 것도 있었다.”

이처럼 ‘좋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한 ‘응답하라 1994’는 스무 살 도희에게 큰 인상으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도희는 마지막 촬영 날 크게 눈물을 흘려 김성균, 정우, 고아라 등의 위로를 받았다. 도희는 스무 살에 첫 연기에 도전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문’처럼 저를 열게 해준 작품인 것 같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막내로서 언니, 오빠들한테 분위기 메이커로 먼저 다가가는 법도 배웠다. 첫 연기, 첫 키스신, 첫 밤샘촬영뿐 아니라, 작품을 통해 받은 사랑으로 예능, 라디오 DJ까지 도전하게 돼 처음 해본 게 많았다. 작품은 제 연기의 문을 열어줬고, 대중에게 저를 밀어내줬다. 굉장히 바쁜 생활이 이어지며, 예전에 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하던 성격에서 새로운 도희로 거듭났다. 70대가 되어서도 기억에 남을 소중한 작품이다.”

연기의 참 매력을 맛본 도희는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고정 라디오 DJ의 꿈도 이루고 싶고, 먼 훗날 뮤지컬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 그녀는 ‘대중과 오랜 세월 만날 수 있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차기작으로 영화를 고려하고 있는 도희는 가지각색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자로도 불리고 싶다.

그녀에게 ‘응답하라 1994’의 가장 큰 수혜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바로 저다. 다른 분들은 다 인지도가 있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저 자신을 스스로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남들이 절 소개해준다. 확연히 달라졌다. 고정된 이미지로 굳혀질까 앞으로 시청자에게 보여드릴 모습에 고민도 많이 했지만, 성동일 선배님이나 홍은희 선배님에게 조언을 들으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시청자가 사랑해주셨던 사투리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가졌다.”

도희는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먼저 연기자로서 대중에 깊이 새겨졌다. 그만큼 도희가 헤쳐나가야 할 산은 많다. 대중의 기대만큼 부응해야할 것이고, 이미지 변신도 꾀해야 한다. 이날 본 도희는 크나큰 인기에 감사해 하며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듯 준비가 돼있어 보였다. 도희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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