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헌은 왜 살인자로 전락했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1-13 12:53 수정 2014-01-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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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네 모녀를 살해 후 자살로써 생을 마감한 이호성.(사진=뉴시스)

2008년 이호성 네 모녀 살인사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199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기아 타이거즈의 전신)의 4번 타자로 맹활약했던 그가 자신의 내연녀와 세 딸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끔찍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이호성 수배령을 내렸고, 이호성은 한강에서 투신자살해 숨진 채 발견됐다. 세상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 사건은 한국 체육계 최악의 잔혹사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간 지금, 그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의 처형과 말다툼 끝에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암매장한 사건이다. 범인은 전 프로농구(KBL) 선수 정상헌으로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지만 미묘하게 닮은 두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때 잘 나가던 스포츠 선수에서 은퇴 후 팬들에게 잊혀 지면서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스포트라이트→은퇴→범죄로 이어진 우리 사회 어두운 체육계 이면에는 학업은 멀리한 채 경기력 향상에만 집중해온 엘리트스포츠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엘리트스포츠는 그야말로 맨땅의 기적을 일궈왔다. 해방 이후 처녀 출전이던 1948년 런던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16차례의 하계 올림픽 도전을 통해 총 243개(금81ㆍ은82ㆍ동81)의 메달을 획득했다. 근면ㆍ성실한 한민족의 끈기와 인내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스포츠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현재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국내 운동선수는 13만명이 넘는다. 그중 4년에 한 번 열리는 하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약 240명,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선수는 16명(이상 2012년 런던올림픽 기준)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평생 운동선수로 활동해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확률은 0.00012%라는 결론이다. 결국 국내 엘리트스포츠는 1명의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해 9999명의 희생이 필요했다.

문제는 꿈을 이루지 못한 9999명이다. 지도자나 다른 업ㆍ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는 늘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대회 출전이나 훈련 때마다 수업을 전폐, 같은 반 친구는 물론 담임교사 얼굴조차 모르는 학생선수도 많다. 은퇴 후 제2 인생을 설계할 여유는 없다.

최소한 갖춰야할 학식과 사회화의 규범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선수들은 운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지만 그처럼 무모한 도전은 없다. 경쟁에 밀려 원하는 대학이나 프로팀에 입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하는 팀에 합류해도 부상으로 일찌감치 운동을 접는 선수들이 많다.

스포츠 선수는 몸을 단련하는 직업인만큼 지적ㆍ정신적 수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완전한 상태의 인간으로서 불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스타 선수와 감독의 승부조작 파문, 음주운전 폭행ㆍ뺑소니, 공갈협박ㆍ금품갈취, 심지어 범죄자의 선처 요구 탄원서까지…. 최근 발생한 스포츠 선수들의 사건사고가 그것을 입증한다.

1명의 영웅 탄생에 기뻐하는 순간 소외된 9999명은 엘리트선수들은 초라한 모습으로 경기장을 떠야해 했다. 그들이 ‘축구계 이호성’, ‘배구계 이호성’이 돼서 돌아오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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