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나무도 숨을 쉬어야지

입력 2013-11-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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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가드닝

집 근처에 새로 지은 아파트가 있어서 아들과 같이 구경하기로 했다. 건널목을 건너고 교회를 지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바로 어린이놀이터로 갔다. 이심전심일까. 대화 한 마디 오고가지 않아도 바로 놀이터로 가는 것은.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서로의 목적이 다르지만 그것을 둘 다 너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은 새로운 놀이시설을 즐기기 위해서이고, 나는 집안일(?)에서의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서로의 목적을 즐기고 있었는데. 아들이 놀이터 뒤에 있는 소나무 녹지공간 하부에서 나를 불렀다. “아빠, 나무 주변에 누가 쓰레기를 버리고 갔어요.”

“이런 나쁜 사람이 있나. 아들아, 만지지 마라. 더러우니까.” 그 범행 현장에 가 본 나는 실소를 하고 말았다. 아들이 쓰레기라고 말한 것은 통기관이었기 때문이다. 통기관은 임해매립지나 가로수처럼 식재기반이 불량한 곳에 식재하거나 근원 직경 20cm 이상의 대형목을 이식할 경우 토양의 산소 공급과 빗물 유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을 말한다.

수목이 생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그중 토양의 통기성은 매우 중요하다. 나무는 잎을 통해 호흡을 하지만 뿌리로도 호흡을 한다. 그러다 보니 흙 속의 산소량은 대기보다 적고, 이산화탄소는 수십 배 많아진다. 그러면 가스의 분압 차에 의해 산소는 대기에서 토양으로, 이산화탄소는 토양에서 대기로 확산된다. 그러나 토양에 수분이 많거나 공극이 적으면 이런 확산을 방해하고 그렇게 되면 수목의 뿌리호흡을 방해하게 된다. 뿌리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수목의 활력이 떨어지거나 심한 경우 고사할 수 있다. 이렇게 토지 조건이 안 좋은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 신규로 택지가 조성되거나 임해매립지, 쓰레기매립지, 아파트 건설 현장의 녹지다. 그래서 이식의 용이성이 떨어지는 나무를 식재할 경우 대부분 저렇게 통기관을 설치해 수목의 뿌리호흡을 돕고 갈수기에는 토양의 보습성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통기관은 주로 유공관에 부직포를 감싸고 안에 골재를 채워 만들고 소목의 뿌리분 주변에 설치하며, 지면에 노출되는 부분은 캡을 씌워 이물질이 안들어가게 한다.

“아들아, 저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나무가 호흡을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거란다. 원래는 뚜껑을 씌워 줘야 하는데, 뚜껑이 없어졌나 보다.” 아들은 한동안 나를 보더니 묻는다. “나무가 어떻게 숨을 쉬지. 흙 속에 있는데?” 질문에 어떻게 설명할지 한참을 생각하다 대답했다. “니모가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듯이 나무는 땅 속에서 숨을 쉴 수가 있단다.” 아들이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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