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국제통화제도에 민주주의란 없다

입력 2013-10-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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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한 외 6인 '화폐 이야기'

미국이 저렇게 방만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라면 ‘국제통화제도에서 민주주의는 없다’라는 답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화폐의 역사뿐만 아니라 최근의 이론과 사례를 잘 정리한 ‘화폐 이야기’는 공직자 7인의 공저인데, 배경 지식 없는 독자들이 손쉽게 금융의 이모저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을 수도 있지만 중요 부분을 뽑아서 읽어도 큰 문제가 없는 책이다. 책의 말미에 저자들이 화폐에 대한 연구 결과가 ‘화폐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몇 가지 교훈’이란 제목으로 정리돼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첫째, 화폐의 중요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저자들은 화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화폐가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 혹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화폐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고려할 때가 있다. 필연적으로 화폐 가치의 타락이 따르게 된다.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화폐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직이란 기본을 준수하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둘째, 국제 통화제도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와 공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힘의 우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국제 금융시장이다. 개방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다. 본래 국제 통화질서는 정의로울 수 없다. 저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이사회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이로운 정책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맞는 정책을 내놓으며, 다른 강대국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국제 통화제도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힘을 가진 한 국가 혹은 소수의 국가들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피할 수 없다. 경상수지를 잘 관리하고 정직한 정책으로 경제 위기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셋째, 화폐를 찍어서 재원을 조달할 궁리를 하면 결국 큰 비용을 지불하고 만다. 통화정책과 관련 논쟁을 거듭해 온 케인스주의자와 통화주의자들이 정책에서 다른 의견을 가질지라도 그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화폐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가는 궁하면 당장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위해 통화 팽창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화폐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줄 수 있는 굵직한 닻이 필요한데, 이는 분수에 맞는 지출이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깨어 있는 국민들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에 대한 비난도 있지만 금융은 정치가의 그 어떤 웅변이나 종교의 설교보다 강하다. 제조에 비해 금융은 정교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룬다. 그래서 자주 비난받기도 하지만 금융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전체적으로 정체를 면할 수 없다. 저자들은 기독교의 강력한 이자 금지 설교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을 질식시킬 수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퇴한 것은 영국의 무력이 아니라 자본을 잘 조직화하는 금융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든다. 정직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시야와 안목 그리고 지식을 충전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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