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항소심 선고 공판, 빠르게 엿보기 [김광일의 후폭풍]

입력 2013-09-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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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벌 오너중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 내리는 인물은 바로 최태원(53) SK그룹 회장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계열사 자금 수백 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고, 최 회장 횡령사건 재판과정은 벌써 몇 년째 전 언론을 통해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항고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26일 심야에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최 회장쪽에서 증인으로 요청한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국내로 송환, 입국함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또다시 오늘자 주요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재판부에서는 추가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고, 오늘(27일) 선고공판을 강행할 것임을 밝힌바 있어, 26일 밤 김원홍 전 고문의 입국은 최태원 회장 재판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 과정은 이해관계자가 아니고선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만큼 복잡 다단합니다.

올 1월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언론보도 역시 시시각각 변하고, 또 매체마다 기사 톤이 조금씩 달라, 혼란스럽고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매우 우호적인 뉘앙스를 물씬 풍기는 동시에, SK그룹 오너 경영공백으로 인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져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양상입니다.

지금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횡령사건의 실체가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선물투자로 날린 3000억원의 실체, ▶심복 2인의 놀라운 시나리오, ▶ 최태원,최재원, 김원홍,김준홍(47) 등 4명의 숨겨진 진실, ▶ 언론의 호의적 보도에도 꿈쩍않는 재판부 등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물투자 한방에 3000억원을 날려

최태원 회장 사건의 핵심은 김원홍 전 고문을 통해 선물투자로 몇백억 원씩 돈번 경험을 한 최태원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총 6000억원을 넘겨줬다가 떼인 사건입니다.

김 전 고문은 이 가운데 3000억원을 선물투자로 날려버렸고, 나머지 3000억원중 2000억원 역시 김 전고문이 대표로 있던 금융상품 판매사인 에이플러스에셋을 통해 거액에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로 사용해버렸습니다.

선물투자란 말 그대로 미래의 일정한 시기에 특정 값으로 거래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거래방식입니다. 주로 주식,외국환,원자재 등을 갖고 거래를 합니다.

문제는 예상대로 맞을 경우,주식투자와는 비교할수 없는 수십,수백배 이익을 안겨주지만, 손실도 엄청납니다. 이 때문에 선물은 도박성이 매우 큰 거래방식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000억원은 사건 4인방중 한 명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28명 투자자의 손실보전에 512억원을 탕진했고, 최모씨 등 4명에 195억원 대여, 기타 고용임직원에 대한 급여지급 등에 202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909억원을 김 전 고문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거죠.

즉 최태원 회장이 김원홍 전 고문에게 건넨 60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선물투자로, 나머지 절반 3000억원 역시 김원홍 전고문, 김준홍 전 대표 등을 통해 이리저리 사용된 것입니다.

문제는 그 6000억원의 자금 출처입니다. 최 회장 개인주머니에서 나왔다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6000억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확보, 김 전고문에게 건넸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고, 최 회장 변호인측은 모르고 당했다며 강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현재 재판은 이 가운데 SK계열사들이 선입금한 450억여원을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주 내용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자금운영라인에서 핵심 심복격인 이들 2명은 최 회장이 선물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며 맡겼던 6000억원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쌈짓돈'쯤으로 생각해 탕진했고, 최 회장은 재판 막판에 김 전 고문에 속아 사기를 당했다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6000억원의 투자금을 맡겼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최 회장에게 김 전 고문은 감추고 싶은 아킬레스건입니다. 그는 무속인이기도 하지만, 최 회장이 그를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맡겨 선물투자를 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김 전 고문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동분서주하던 SK그룹이 김 전고문의 실체를 드러낸 것은 회장이 구속재판을 받는 상황에 형량 감형을 위해 더 이상 감추고 숨기고 할 게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입니다.

최 회장은 올 1월 31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습니다.

SK그룹은 27일 오후 2시에 모든 것을 맞춘 듯, 숨죽인 분위기 입니다. 1월 31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 회장측에서 항소한 항소심 선고가 내려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항소심 선고공판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말 선고가 될 것인지, 김 전고문 송환으로 재판부가 선고를 연기할 것인지에 그룹 전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 구속과 불구속의 차이

그룹전체가 이날에 맞춰 숨죽인 것은 바로 9월말이면 정확히 최 회장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다는 사실때문입니다.

SK그룹이 27일 항소심 선고공판이 연기될수 있도록 총력전을 기울이는 것은 구속기간이 만료될 경우, 구치소에서 풀려날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감옥에서 벗어나 불구속 재판을 받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벌그룹 오너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구치소에 수감되는 상황만은 피할려고 합니다. 이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못견뎌 합니다.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밀어주기 등 변칙상속협의로 재판을 받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8000억원대 사회기부를 선언한 것도 구속만은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거죠.

일반인들이야 "몇 년 구치소 살면 될 것을 8000억원을 날려?"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재벌오너들은 그런 정도의 돈은 계열사와 자금시장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새로 만들수 있는 돈이라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큰 돈이 아닌 거죠.

최태원 회장의 실날 같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재판부는 이미 8월말쯤에 "김원홍씨가 (대만에서) 국내로 언제 송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올때까지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것은 무리"라며 27일 항소심 선고를 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기 때문입니다.

■재벌총수가 선물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린 이유

최태원 회장이 선물투자에 손을 댄 것은 조단위가 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현실적 상황때문입니다.

사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이미 10대 때부터 3세 경영체제를 위한 지분 및 상속절차, 자식간 계열분리 절차를 밟기 시작,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바 있습니다.

하지만 SK그룹의 경우, 창업주인 최종현 전 회장이 이 부분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결국 작고할때까지 전혀 손을 대지 못한채로 최태원 체제로 넘어오게된 거죠.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형제간 계열분리,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등등을 위해서는 조단위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연간 100억~200억원대 수준의 배당과 급여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 자금규모인 거죠. 결국 김원홍 전 고문을 통해 몇번 선물투자로 재미를 봤던 최 회장은 급기야 6000억원대의 거액을 선물투자, 한방에 조단위 차액을 손에 넣어, 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꿈에 취해 치명적인 도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재벌총수로써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재산분쟁을 피하기 위한 형제간 계열분리,총수로서의 품위유지 등등에 조단위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태원 회장이 일반인과 같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꿈을 꾸었고, 선물투자란 독배를 마신 것으로 보여집니다.

도박패인의 최종 종착지가 경마장이라면, 선물투자는 자본시장 투자에 실패한 투자 패인들의 종착역으로 불릴만큼, 최악의 투자리스크로 악명높은 투자상품입니다.

물론 최 회장의 눈을 가리고 그 악의 불로 뛰어들도록 유도한 사람은 현재로서는 김원홍 전고문쯤으로 보여집니다.

일반인들 생각에는 개인재산이 조단위인 재벌총수가 왜 그런 도박을 감행했을까 의아해할텐데, 재벌총수지만 이런 말못할 자금적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런 치명적 실수를 시스템적으로 커버해줄 재벌오너 스텝들의 부실한 지원능력인 듯합니다.

특히 사건초기 최재원 부회장이 모든 것을 주도한 것처럼 시나리오를 싼 SK그룹 핵심 스텝들의 감각은 그들중 상당수가 절대 신임을 받는 핵심 측근이라는 점, 그리고 상당수가 판검사출신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허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삼성그룹이었으면 법망을 피하면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놀라운 자금조달 프로그램들이 구조본차원에서 마련됐을 것이고, 법과 규제, 여론과 사회적 저항, 정권과의 마찰을 피하면서도 성공시켰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합니다.

재계내에서 삼성과 SK 차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최태원,최재원, 김원홍,김준홍 4명의 숨겨진 진실

이번 최태원 SK그룹 회장 항소심 선고재판은 결국 핵심 4명만이 진실을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투자 권유를 받고, 김 전 대표와 공모해 계열사를 동원, 김준홍 전 베넥스대표에게 500억원 상당을 SKC&C 주식담보없이 만들라고 한게 주 내용입니다.

결국 이 와중에 최태원 회장이 펀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에 지시해 450억여원을 출자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혐의 내용입니다.

최 회장의 동의와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게 재판부의 확고한 판단인 상황입니다.

김 전 고문은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평소 '회장님'으로 부를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최 회장의 개인재산을 늘리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온 인물입니다.

김 전 고문은 손길승 전 SK그룹 명예회장이 최 회장에게 소개해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회장은 순식간에 수백억원씩 재산을 증식시켜주는 김 전 고문의 투자실력에 완전히 매료돼 깎듯이 예우를 갖추며 윗사람 모시듯 했다고 합니다.

김 전 대표는 그룹내 최 회장 자금운영을 위한 투자회사를 운영해온 심복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재판부는 현재 김 전 대표의 증언에 대해 매우 신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추가 증인 채택불가, 선고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재판부가 27일 오후 2시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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