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어느 공기업 퇴직자의 한탄

입력 2013-09-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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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인천센터 컨설턴트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화려한 과거는 축복일까’라는….

분명히 누구보다 화려한 시절을 지내왔다면 그것은 축복일 것이다. 아쉽게도 인간은 그때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영화를 기억하며 오늘의 불만스런 현실을 자꾸만 반추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재앙이 되어버린 기억인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곳에서, 편한 곳에서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런 좋은 직장을 어떻게 박차고 나올 생각을 했는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는 모 공기업 퇴직자의 위와 같은 한탄을 들으며,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었길래. 이런 정도의 한탄이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하나며, ‘이분은 아직도 그곳을 마음으로는 퇴직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그 두 번째다.

우리나라 공기업이 신의 직장 얘기를 듣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 신문에서 본 ‘직원들의 전세자금 1억2000만원 무이자 대출’같은 것을 보면 나도 서민인지라 좀 혈압이 오른다. 할 말은 많지만, 내가 부족해 못 들어간 곳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된다.

그런데 두 번째 얘기는 문제가 달라진다. 못 들어간 사람들은 박탈감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곳을 나온 사람은 심리적으로 이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떤 직장을 봐도 눈에 차지가 않는다. 다시 그와 같은 레벨로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며 다시 일을 시작하려면 눈높이를 조절해야 할 텐데… 연봉 7000~8000만원 이상을 받던 사람을 2000만원도 안 되는 곳에 알선하려면 나조차도 머쓱해진다.

되돌아갈 가능성이 없다면 추억만 마음속에 간직한 채 앞으로 가야 한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것 같은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그 좋은 추억이 지금 내가 만들어 가야 할 것들마저 빼앗아 갈 수 있다.

그분은 언제쯤 좋았던 전 직장의 추억에서 벗어날까. 나는 그분과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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