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 ‘고독한 여제’ 앙겔라 메르켈

입력 2013-09-26 11:15 수정 2013-09-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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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철의 여인’이었다.

8000만 독일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선을 허락함으로써 세계 정치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옛 동독 출신으로서 최초의 독일연방공화국의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 독일 첫 여성 총리로 칸츨러(Kanzler·총리)의 여성형 명사인 칸츨러린(Kanzlerin)이란 단어를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3선 성공으로 4년의 임기가 더해져 총 12년간 총리를 수행하게 되면 11년간 영국을 이끌었던 마거릿 대처 총리를 능가해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처럼 화려한 타이틀만큼이나 어깨도 무거워졌다. 독일 국내는 물론 불확실성이 짙은 유로존의 앞날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4년 더 맡게 됐다는 점에서다.

메르켈에 대한 독일 국민의 신뢰를 보여준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연방의회(하원) 선거는 17개국으로 구성된 인구 3억3000만명 유로존의 장래를 독일 한 나라 국민의 선택에 맡긴 보기 드문 선거였다.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은 압승을 거뒀지만 단독으로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과반 의석에 불과 5석이 모자라 대연정 파트너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는 유로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당장 시급한 그리스의 추가 채무 탕감에서부터 포르투갈에 대한 추가 지원, 스페인의 불안한 경제 상황,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 프랑스의 개혁 지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도 등 유럽이 안고 있는 현안만 해도 산 넘어 산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 최강국 독일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은 물론이다. 특히 ‘유럽의 문제아들 때문에 왜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는 식의 독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독일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메르켈 총리의 몫이다.

독일 국민 대부분은 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 대한 지원에 회의적이다. 혹독한 구조개혁을 견디며 각고의 노력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왔는데,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막대한 빚을 진 나라들을 돕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 역시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이번 의회 선거전에서 남유럽 지원에 대한 언급을 피했고, 일부 표심은 ‘안티 유로’를 내건 신당으로 빼앗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 국민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독일은 1999년 유로존 출범과 함께 자연스럽게 역내의 맏형이 됐다.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독일이 오늘날 경제강국으로 부상한데는 유로존 단일통화인 유로가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유로 약세로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독일 경제에도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과 유로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도 이같은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집권에 돌입하게 된 이상, 자국민을 향해 목소리를 더 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에 무턱대고 긴축과 개혁만 강요해서는 3억 유로존의 외면은 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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