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입법 4대 이슈 ②신규 순환출자 금지]“기존 순환출자 해소하려면 기업 신규투자 꿈도 못꾼다”

입력 2013-08-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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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구조조정 목적 순환출자 허용했지만…재계 “불씨 여전"

지난 15일 금호산업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순환출자를 전격 허용했다. 금호산업의 자본 확충을 위해 아시아나 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비협약채권의 출자전환을 허락한 것이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상호출자 상태에 놓이게 되고, 상호출자 지분 중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을 다시 금호터미널(금호산업의 손자회사)에 넘길 수 있게 됐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신규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구조가 바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인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거스르면서까지 이를 허용키로 가닥을 잡은 건 여권의 입장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 목적을 위한 순환출자를 허용하겠다는 정치권과 사정기관 수장의 말을 발 빠르게 받아들인 셈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경우 금지하면 경제정책 이전에 경제가 무너진다”면서 신규 순환출자 예외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위원장의 발언과 금호산업 채권단의 신규 순환출자 허용으로 하반기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경제민주화법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 “한숨 놓았지만 불씨 여전…투자위축 불 보듯 뻔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 변화로 재계는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우려가 깊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말할 것도 없고, 예외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내놓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입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큰 차이가 없다.

국회에는 현재 모두 36건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이 중 3건의 개정안이 주로 대기업의 상호출자제한집단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기존 출자에 대해 △3년 내 해소(김영주·김기식 민주당 의원) △의결권 제한(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그대로 존속(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등의 방안이다.

재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3년 내 해소안이 통과됐을 경우다. 재무적 부담은 물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며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최소 비용은 20조원에 달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그룹 총수들을 불러 대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할 텐데 이렇게 되면 신규투자는 꿈도 못 꾸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다면 대주주의 지배력은 약화되겠지만 기존 계열사 중 상당수가 적대적 M&A에 노출돼 기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적 투자자 확보 등에 귀중한 경영자원과 자금을 사용하게 된다”면서 투자수단을 무력화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예외 자꾸만 생기면 큰 틀이 훼손된다”= 최근 금호산업 채권단의 순환출자 허용을 놓고 민주당은 정부의 신호를 금융계가 덥썩 잡아 문 꼴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나하나 사정을 봐주다 보면 큰 틀이 훼손되기 때문에 기존 순환출자 해소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 측은 “총수 일가의 의결권이 실제 소유지분보다 훨씬 많아 지금껏 문제가 됐는데 구조조정을 빌미로 예외규정을 두면 순환출자 금지라는 큰 틀이 무너지지 않겠냐”면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재계가 우려하는 적대적 M&A나 신규투자 제한도 걱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맞섰다. 민주당 측은 “내부 지분율이 이미 높고 자사주 취득이나 계열사 공동 출자로도 얼마든지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데 재계가 너무 엄살을 떠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선진국, 순환출자 규제 거의 안해…의결권으로 보완=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이번 순환출자 규제가 문제가 많다며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우성 한국기술교육대학교 MOT대학원 겸임교수는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규제의 문제점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은 상호출자 금지를 우회해 자본의 공동화를 가져와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것과 소유권·지배권의 괴리를 가져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상위 기업일수록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을 갖고 계열사 출자를 이용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유럽도 순환출자 관계가 일상적이라면서 무조건적 규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유지배 네트워크를 분석한 논문에서 환상형 고리의 순환출자 관계가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며 “순환출자가 마치 우리나라 대기업집단만의 비정상적 출자 구조인 것처럼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집단 정책은 시장경쟁 촉진에 중점을 둬야 하며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사전적 출자규제보다는 금융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상호출자제한 규제나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최근의 논의들은 규제 선진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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