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부터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던 설비투자가 심상치 않다. 민간소비와 함께 내수의 양대 축인 설비투자가 흔들리게 되면 올 하반기 경기회복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 2분기 전년동기 대비 -5.1%를 기록하는 등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에 설비투자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전망에서 설비투자가 하반기 이후 회복되면서 올해 1.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도 지난달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7.4%를 기록했던 설비투자가 하반기 11.7%로 개선되면서 연간으로는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투자 여력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설비투자조정 압력이 지난 2분기 -2.0%를 기록,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조정 압력이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IT버블 붕괴가 벌어졌던 2000년 4분기∼2001년 4분기 이래 처음이다.
정책금융공사도 최근 내놓은 ‘2013년 설비투자 제약요인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68조4198억원으로 상반기(71조5035억원)보다 4.3% 적다고 발표했다.
기업 규모별로 설비투자 감소폭을 보면 중소기업(-12.5%)로 가장 크고 대기업(-4.2%), 중견기업(-1.2%) 순이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도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IBK경제연구소도 지난 20일 ‘중소 제조업 설비투자 전망조사’를 통해 중소 제조업체 3070개 가운데 하반기에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691개(22.5%)에 불과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투자심리, 투자여건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기계수주, 자본재 수입 등 기업들의 지표가 모두 상당히 안좋다”며 “기저효과 때문이라면 몰라도 하반기에 설비투자의 실질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어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경영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