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왜 우리를 파괴시키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07-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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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와 막장 사회의 연관성은?

(사진=MBC 홈페이지)

5.18 민주화운동 때 희생된 이의 사진에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몹쓸 짓을 한 것이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랐다. 전도유망한 한 여대생을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위의 불륜녀로 내몰아 살해를 교사한 중견기업 회장집 사모님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상당기간 교도소가 아닌 병원생활을 했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부인을 살해하는 흉포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막나가는 막장 사회다. 그 막장 사회를 보며 이내 안방극장으로 눈길이 향한다. 한 여성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방해가 되는 연인과 장애가 되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다.(SBS ‘야왕’)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것도 모자라 불륜녀로 둔갑시킨다.(MBC ‘백년의 유산’) 한 집안의 아버지와 자식 세 명이 경쟁이라도 벌이듯 앞 다퉈 불륜을 저지른다(MBC ‘오로라공주’).

올 들어 방송됐거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막장 드라마들의 풍경이다. 최근 안방극장은 막장 드라마로 홍수를 이룬다. 개연성 없는 부실한 스토리,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 진부한 사건과 갈등기제, 상투적인 플롯을 기본으로 하지만 선정성과 폭력성, 자극성이 매우 강한 막장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점령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의 높은 사랑까지 받고 있다.

“현실에 근거하지 않았을 때 막장이란 평가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루는 것을 막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소재를 극화시킨 것을 막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연기자 안내상이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조강지처클럽’등이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에 대한 입장이다. 현실의 반영이어서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는 견해다.

또 이러한 주장도 개진된다. 우리사회가 막장사회이기 때문에 막장 드라마가 쏟아지고 시청률이 높다는 것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막장의 스토리를 받아들일 수 이유는 사람들의 정신이 피폐해져서가 아니다. 막장징후는 사회가 막장일 때 설득력을 발휘한다. 막장현상이 한국을 지배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한국이 막장이기 때문이다”며 막장 사회와 막장 드라마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막장 현실과 막장 사회가 막장 드라마의 홍수와 인기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극성과 선정성, 그리고 폭력성으로 브레이크 없는 무한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막장 드라마가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기 드보르(Guy Devord)의 지적처럼 우리는 지금 드라마를 비롯한 TV방송 등 매스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 즉 스펙터클의 사회에 살고 있다. 드라마는 직접적인 경험, 정서 그리고 관계를 망각하도록 길들이며, 우리는 드라마가 재현한 이미지와 텍스트(상징화된 세계)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소비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가 재현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외양을 가진 막장 드라마는 우리의 사고를 무장해제 시킨 뒤 우리의 인식의 틀거지를 그 외양으로 채우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실제 막장 드라마에서 구축한 눈에 불과한 끔찍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날로 흉포화 되가는 범죄, 막말로 점철되어가는 언어생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의 주범중 하나가 막장 드라마인 것이다. “정말 드라마 보기가 무섭다.”최근 만난 유명 드라마 작가의 말이다. 드라마 작가마저 막장 드라마를 보며 몸서리치는 상황이다.

우리의 정서를 파괴하고 황폐화시키며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장의 살벌한 현실을 조장하는 막장 드라마의 폐해에 대해 이제 더 이상 눈감으면 안 된다. 선정성과 폭력성, 자극성을 확대재생하고 있는 막장 드라마가 막장사회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장 드라마를 본 사람 중 드라마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나오는 끔찍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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