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충분한 자본과 충분한 보험료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3-06-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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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당국은 2014년까지 보험회사의 대규모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추진 일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이견이 있겠지만,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규제가 갖는 특징과 시장경쟁의 정상 작동이라는 측면에서 현행 재무건전성 규제의 추진 일정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가 투자손실은 물론이고 장래 발생할 보험사고의 시기나 보험금 규모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예상 보험금에 대해서는 소비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적립한 책임준비금으로 대응하고, 보험회사의 예상을 벗어난 보험금이나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보유한 자본으로 그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야 소비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약속을 지킬 수 있다. 이는 보험회사가 한편으로는 충분한 보험료를 받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융감독당국은 최소한의 준비금 적립과 충분한 자본 보유를 보험회사에 요구하는 재무건전성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재무건전성 규제는 시장경쟁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보험회사는 자유롭게 보험료를 결정하고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재무건전성 규제를 통해 보험회사가 터무니없는 보험료로 경쟁 질서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보험회사에 최소한의 준비금 적립을 요구하고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지 못한 보험회사를 시장에서 쫓아내 건전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규제에는 보험료, 준비금, 자본에 관한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는 충분한 보험료와 충분한 자본 중에서 자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행히도 자본규제 강화방안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험료와 준비금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에 따른 준비금 적립만이 강조되고 준비금을 적립할 재원인 보험료 인상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억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험회사에 대한 자본 확충 요구는 점점 커지는데 정상적인 이익창출을 통한 자본성장에 대한 기대는 약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심화 등 장래 위험에 대비한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저금리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회사 이익-자본성장경로의 지속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보험료 규제가 자본 규제와 병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료 인상이 억제되어 보험회사의 자본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자본규제 강화 대신 장래 위험에 대한 개별 보험회사의 재무상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이 일률적인 자본 수준 상향보다 나은 대응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로 인하여 시장경쟁에서 중소형사는 위축되고 대형사가 시장을 압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경쟁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재무건전성 규제가 본래 의도한 시장경쟁 촉진과도 배치된다. 지금은 보험료, 준비금, 자본에 관한 규제를 개별적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규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거시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로드맵이 제시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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