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의대생 ‘코피노’ 창도의 꿈 지켜주세요”

입력 2013-05-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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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버지·필리핀인 어머니 사이 태어난 이창도 씨

“등록금을 못 내서 휴학해야 했을 때 너무 속상해서 며칠 동안 울기만 했어요. 그래도 의사가 되겠다는 꿈,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이창도(20)씨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명 ‘코피노’다.

이씨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 위나(16·여), 제시(10)와 함께 국내 입양기관이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에 세운 복지센터에서 살고 있다.

4살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부모님이 이혼한 뒤부터는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창도’라는 이름을 친할머니가 지어줬다고 했지만 이름에 담긴 뜻은 모른다. 그 뜻을 설명해줄 아버지도 안 계시지만 이씨는 창도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있다.

이혼 이후 생계가 막막해진 어머니는 자녀를 이끌고 이곳저곳을 떠돌다 앙헬레스시에 겨우 정착해 가정부 일을 구했다.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 어머니를 대신해 빨래, 청소를 하며 동생들의 아빠이자 엄마 역할도 한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간직한 의사의 꿈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 지난해 필리핀에서 명문으로 알려진 앙헬레스대 의대에 합격했다.

첫 학기 등록금은 코피노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바로 다음 학기에 어려운 경제 사정이 발목을 잡았다.

한 학기 등록금 5만 페소(약 150만원)를 어머니의 월급 6000페소(약 16만원)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학비가 싼 다른 전공으로 바꿀까 고민도 했지만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떻게든 등록금을 모아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백화점에서 운반·포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씨는 “의사가 돼 아픈 사람들을 돕고, 저도 가족과 함께 지내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다행히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복지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는 24일 앙헬레스 지역에 ‘앙헬레스 이스턴 칠드런 센터’를 개소하면서 이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복지회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이씨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다른 한국-필리핀 혼혈 아동에게도 귀감이 된다”며 “한국-필리핀 혼혈 아동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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