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석달째 ‘설명중’-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5-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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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 학생들의 참고서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저마다 책의 앞부분에만 검게 손때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펼쳐 보면 첫 단원에는 필기가 빼곡했고 뒷부분은 새 책이나 다름없었다. 새 학기가 되면 의욕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가 이내 의지가 약해지면서 만들어진 흔적이다.

경제민주화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 참고서가 불쑥불쑥 떠오른다. 내일(5월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석 달이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진도는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단계에 그치는 수준이다. 대통령 전체 임기 20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경제민주화의 첫 단원만 매만지고 있는 ‘알 수 없는 느긋함’마저 관찰된다.

23일 경총포럼에서 개최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연은 이런 느긋함의 전형적 사례처럼 보인다. 현 부총리는 이날 기업인들을 모아 놓고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해 부당한 행위나 불공정 거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원칙론적인 설명을 제시할 뿐 어떤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못했다. 이런 설명은 굳이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꺼내 들지 않아도 웬만한 경영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상식의 수준이었다.

진도가 더딘 것도 더딘 것이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에도 의문이 생긴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입안자(Policy Maker)가 돼야 할 정부가 논평가(Commenter)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의원들이 법을 만들면 정부 측 인사들이 이따금 “기업을 옥죄지 말라”고 한 마디씩 던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칼을 놓고 있는 경제부총리를 향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고서를 보면 그 과목에 대한 흥미와 성적도 알 수 있었다. 첫 단원에만 손때가 잔뜩 묻은 친구는 대개 그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출범 전부터 경제민주화에 요란했던 박근혜 정부의 최근 모습을 보면 경제민주화 과목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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