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스포츠 스타, 홀로 빛나는 별은 없다

입력 2013-05-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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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황태자’ 박지성, 무명설움 딛고 유럽시대 활짝… 탁월한 지도력.선수의 잠재력 만나 ‘스포츠 한류’ 도약

2002년 6월 14일 밤 인천 문학경기장. 한·일 FIFA 월드컵 조별 예선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D조 마지막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은 대한민국을 맞아 고전했다. 스물 한 살 청년 박지성(32·QPR)은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교란시키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대한민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골이었다. 골을 성공시킨 박지성은 감독(거스 히딩크)에게 달려가 감동의 포옹을 나눴다. ‘히딩크의 황태자’는 그렇게 탄생했다.

주니어시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박지성은 국가대표 발탁도 모험이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젊고 체력이 좋은 박지성을 과감하게 선발 풀타임 출전시키는 등 그의 잠재력을 무한 신뢰했다,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 종료 후 히딩크가 감독을 맡은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 유럽무대 성공 시대를 활짝 열었다.

히딩크와 박지성은 한국 체육사에 가장 빛나는 스승과 제자로 손꼽힌다. 히딩크는 비록 외국인이었지만 한국 체육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까지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박지성과 이영표(36·밴쿠버), 송종국(34) 등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차출, 학연·지연을 무시한 선수 선발로 호평을 얻었다.

이처럼 성공한 스포츠 스타 주변에는 늘 좋은 지도자가 함께했다. 우리나라 최초 여자 복싱 세계챔피언이자 세계 8대 기구 통합 챔피언인 김주희(27)의 곁에는 늘 정문호(거인체육관) 감독이 있었다. 정 감독은 오갈 데 없던 어린 김주희를 세계챔피언으로 키운 명장이다.

김주희의 어린 시절은 처참했다. 먹을 것이 없어 구멍가게에서 빵을 훔쳐 끼니를 해결한 적도 있었다. 혹독한 가난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졸지에 노숙자 신세가 됐다. 김주희는 살기 위해 복싱체육관을 찾았다. 정 감독은 김주희의 스승이자 아버지가 됐다.

김주희는 “복싱체육관은 나에게 집이자 학교이자 놀이터였다. 감독님은 나에게 운동만 가르치지 않았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했고, 영어단어를 외우게 했다. 복싱체육관에서는 원래 이렇게 하는 줄 알았다. 운동을 해도 공부는 멀리 해서는 안 된다는 감독님의 가르침이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야신’ 김성근 감독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SK 사령탑을 맡은 2007년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그는 SK 감독직에서 내려온 2010년까지 4년 동안 3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다.

실제로 한국 야구사는 김성근 없이 이야기할 수 없다. 김 감독이 SK 사령탑을 맡는 동안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늘 화제가 됐다. 특히 ‘SK고등학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본기에 충실했다. 훈련도 혹독했다. 타 구단에서 SK로 이적온 선수는 적응조차 쉽지 않았다. 특출한 스타 선수나 외국인 용병 없이도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줬다. 야구에서 조직력과 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시켰다.

골프선수는 가족이 직접 코치를 맡는 경우가 많다. 고가의 레슨비를 아끼자는 의도도 있지만, 연중 해외 무대를 전전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도 한몫한다. 박인비(25·KB금융)의 코치는 약혼자 남기협(32·KPGA프로)씨다. 박인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리드베터, 하먼 등 외국인 코치로부터 스윙을 배웠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계적인 스윙에 얽매이면서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졌다. 박인비는 “2011년부터 오빠(남기협씨)로부터 스윙을 배우기 시작했다. 많은 교정이 이루어졌는데, 기계적이고 감에 의존하던 스윙에서 벗어나 스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전미정(31·진로재팬)의 코치는 자신의 형부인 김종철(40·KPGA프로)씨다. 전미정은 일본 진출 전부터 김씨에게 스윙을 배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김씨와 전미정의 언니(전미애)가 서로 알게 되면서 결혼했다. 지금은 아예 일본에서 전미정의 전담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미정이 일본 투어에서 성공하는 데 형부(코치)가 가장 큰 힘이 됐다. “형부로 인해 스윙아크가 안정되면서 비거리도 늘었다. 스윙이 안정되면서 멘탈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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