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요코미네 사쿠라에 열광하나 [오상민의 일본골프이야기]

입력 2013-05-09 15:14 수정 2013-05-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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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LPGA 홈페이지 캡처)

요코미네 사쿠라(28)가 다시 한 번 일본 국민을 감동시켰다. 5일 일본 지바현의 츠루마이컨트리클럽(파72ㆍ6445야드)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사이버에이전트 레이디스 토너먼트(총상금 7000만엔ㆍ1260만엔)에서 23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쿠라는 우승 퍼팅을 성공시킨 후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갤러리는 환호했다. 2년간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더 짜릿한 우승이었다.

사쿠라는 미야자토 아이(29)와 함께 JLPGA투어 중흥의 주역이다. 지난 2004년 프로데뷔, 일본여자프로골프 붐을 이끌었다. 미야자토 아이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미야자토 아이가 오키나와 출신으로 명성을 날렸다면 사쿠라는 규슈를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프로데뷔 후에도 자존심 대결은 이어졌다. SONY와 JAL이 미야자토 아이를 후원했고, EPSON과 ANA는 사쿠라를 후원했다. 용품브랜드도 양분됐다. 브리지스톤스포츠의 골프브랜드 투어스테이지는 아이, SRI스포츠의 골프브랜드 던롭은 사쿠라를 후원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화제가 됐다.

두 선수는 일본여자골프의 미래였다. 일본여자프로골프 대회장은 전혀 다른 플레이스타일과 성격을 지닌 두 선수를 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이의 미국 진출로 인해 사쿠라는 일본에 혼자 남겨졌다. 두 선수의 샷 대결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일본 골프팬들은 아쉬워했지만 사쿠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사쿠라는 아이가 없는 JLPGA투어에서 무려 19승을 쓸어담았다. 2009년에는 상금왕에 오르며 일본여자골프 최고의 별이 됐다. 그러나 사쿠라도 지쳤다. 2011년 6월 리조트트러스트 레이디스 우승을 끝으로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는 32개 대회에 출전해 12회나 ‘톱10’에 들었지만 우승은 없었다. 상금랭킹도 11위(6815만엔)로 프로데뷔 이래 최악이었다.

부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본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사쿠라의 부진은 이미 예고됐다. “사쿠라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도 나왔다. 거물급 신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기는 어렵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일본 골프팬들은 사쿠라를 지지했다. 성적에 상관없이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갤러리가 함께 했다. 도대체 사쿠라에게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 신장 155㎝의 단신으로 온몸을 비트는 오버스윙은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한다. 짧은 팔다리로 당당하게 필드 위를 걷는 모습은 동정심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 화려한 플레이는 아니지만 늘 기복이 없고, 프로데뷔 때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도 변함이 없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늘 상냥하고 예의바르다. 일본 골프팬들은 그런 사쿠라를 좋아했다.

JLPGA투어는 이미 수년전부터 한국선수들의 독무대가 됐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선수들이 상금왕을 독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LPGA투어는 올 시즌 한 개 대회가 늘었다. 거기에는 사쿠라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 선수 한 명이 투어 활성화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타 부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코리안 투어로서는 눈여겨볼 일이다.

요즘 실력과 미모를 갖춘 스타들이 많다. 이들에게 대해서는 기업 후원도 후한 편이다. 그러나 실력과 미모만으로는 프로스포츠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실력에 맞는 소양과 언행도 뒷받침돼야 한다. 대중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자격을 지닌 선수, 사쿠라 같은 선수가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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