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생태계]공매도 공세에 “경영 접겠다”… 4년만에 뜨거운 감자 재부상

입력 2013-04-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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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거래일 중 412일 방어… 지쳤다” 셀트리온 침몰

셀트리온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가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008년 9월의 ‘리먼사태’ 이후 4년 만이다.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이 금융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이에 금융당국은 정면 대응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편한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장에서 공매도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공매도를 규제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으로 지쳤다며 자신의 보유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증시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기자회견 중인 서정진 회장. (사진=이투데이 DB)
◇공매도가 뭐길래?

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채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매수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3일 후에 결제 대금을 지불하면 되는 틈새를 활용한 초단기 매매기법이다.

예를 들어 A사 주가가 100만원일 때 10주를 빌려 판 후 주가가 90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10주를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으면 100만원(10만원×10주)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의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공매도는 차입이 확정된 타인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현재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일정한 호가 방법 및 가격에 따른 차입 공매도는 허용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공매도도 매도의 일종이어서 많아지면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이어지자 ‘공매도가 주식·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을 지나치게 높인다’는 이유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때문에 그해 10월 1일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됐다가 증시가 안정을 찾은 이듬해 6월 금융주를 제외하고 다시 허용됐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공매도 운영이 해외시장에 비해 매우 규제가 센 편이고, 공매도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한다.

현행 거래소 규정에는 공매도 대금 비중이 유가증권시장은 5%, 코스닥시장은 3%를 초과하는 날이 20거래일 이상 이어지고, 시장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개별종목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공매도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진다면 개별주 공매도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박사는 “사실 공매도 자체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라며 “공매도는 투자와 기업평가를 하는 일부 세력의 행위일 뿐 이들의 공격으로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도 펀더멘털을 이길 수는 없다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자신의 보유 지분 매도를 선언하며 그 배경으로 공매도를 지목했다.

서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에 걸쳐 셀트리온에 대한 주식 공매도가 발생, 8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해 방어했지만 더는 견디기 어렵다”며 “감독당국에 공매도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수차례 진정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셀트리온뿐 아니라 다른 개별종목에 대해서도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진 적은 없다. 해외 주식시장 역시 개별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사례는 거의 없다. 시장의 자율성과 투자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공매도가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증시에서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가장 많지만 유가증권시장까지 합하면 16번째 정도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전체 거래액의 15.6%가 공매도였다. 5%대인 셀트리온과 비교가 안 되지만 올 들어 주가는 오히려 2%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오히려 뒷걸음질친 데다가 공매도 공세에까지 시달렸는데도 주가는 오른 것이다.

외국에선 공매도 투자자가 그야말로 쪽박을 찬 일도 있다. 2008년 헤지펀드들이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 주식을 대량 공매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단기간에 주가가 300% 급등하며 당시 헤지펀드들이 380억 달러(42조5600억)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금융당국이 공매도 개선에 나서지나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라앉은 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에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 수단으로 일부 기업들이 요청한다고 개별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하지만 일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유심히 지켜는 보겠지만 개별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거래소의 기본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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