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상위 5개 기업집단 소속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3월말 기준 63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1161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54.8%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룹사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335조1000억원으로 코스피 내 비중이 28.9%에 달한다. 증시 ‘바로미터’ 삼성전자(244조9000억원)가 실적 모멘텀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내달린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 비중만 따져도 21.1%나 된다.
2위는 11.7%를 기록한 현대차그룹(135조6000억원)이 차지했다. 삼성, 현대그룹만 합쳐도 코스피 내 비중이 40.5%에 달한다.
이 밖에 LG(6.3%), SK(5.8%), 롯데(2.2%) 등도 비중이 높았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5대 그룹과 삼성·현대차그룹 시가총액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2007년 말 코스피에서 5대 그룹 시가총액 비중은 36.9%로 비교적 작았다. 2008년 말 39.9%, 2009년 말 46.0%로 조금씩 상승했다. 2011년 말(51.7%)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후 지난해 말에는 55.0%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3월말을 기준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과의 격차가 불과 0.2%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실적모멘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우호적인 환율시장도 한 몫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으로 인해 수출호조가 내수회복으로 파급되는 구조”라며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글로벌 수요둔화 우려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 국내 부동산 및 가계부채 문제 등 의 대내외 여건으로 이러한 경로가 작동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신정부의 경제정책이 내수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수출주의 비중이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격히 확대됐데 이러한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