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예능 대세가 된 아이들, 괜찮을까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3-03-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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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아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었다. 하지만 그때 아이들은 성인들의 무대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만들어냈던 것일 뿐, 온전히 자신들만의 무대에 서지는 못했었다. 이것은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나이 어린 참가자들이 성인 참가자들과 나란히 오디션 경쟁에서 뛸 수밖에 없었던 ‘슈퍼스타K’ 시절의 예능도 마찬가지였다. ‘슈퍼스타K3’에 출연했던 손예림은 결국 이 성인들마저 지치게 만드는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중도에 스스로 탈락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그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제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K팝스타’가 어린 참가자들의 경연장이 되면서 오히려 이 아무런 습관도 만들어지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들이 실제 가요계에서 얼마나 큰 경쟁력을 가진 존재들인가를 실제로 보여주었다. 고음이 아닌 중저음의 매력으로 톱2까지 오른 이하이는 아이들이 가진 저력을 실제 가요계 현장에서도 입증해냈고, 시즌2에 들어와 오디션이라기보다는 ‘신곡 발표’에 가까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악동뮤지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제 ‘아이들도’ 잘 한다는 것에서 ‘아이들이어서’ 잘 한다는 시각으로 바뀐 것이다.

‘K팝스타’의 성공 이후, 돌아온 ‘위대한 탄생3’ 역시 바로 이 어린 아이들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깨닫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10대 참가자들이 많이 나온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런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한 음악 채널 엠넷은 아예 ‘보이스 키즈’라는 ‘보이스 코리아’의 아이들 버전을 선보였다. 아이들까지 오디션이라는 서바이벌 경쟁에 투입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들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히려 아이들 오디션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과도한 경쟁을 피하려는 노력이나 가족을 강조하는 콘셉트 같은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는 장점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아이들의 천상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오디션을‘힐링 오디션’이라 부르게 만들었다.

바로 이 아이들만이 갖고 있는 순진무구함과 순수함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면은 최근의 예능들이 만나게 된 ‘힐링’이라는 지점과 일맥상통하게 되었다. MBC ‘일밤’의 새 코너로서 죽어가던 ‘일밤’의 부활을 가능케 한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은 바로 이 아이들과 힐링을 버라이어티로 엮어낸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1박2일의 여행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빠들에게도 관계의 회복을 가능케 해주는 특별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아빠와 아이들의 1박2일이 하나의 판타지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실에 찌들어 아이와 함께 여행은커녕 관계 자체가 소원해진 아빠들에게 ‘아빠 어디가’는 그래서 일종의 힐링을 대리경험케 한다. 아이가 아빠의 ‘힐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TV의 대세로 떠오르는 현상에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것은 결국 아이들마저 어른들의 세계에 일찍부터 들어와 소비되고 있는 현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아이들만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목소리를 칭송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서바이벌의 장 위에 서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그 무대에 서면서 이 사회 시스템이 갖고 있는 서바이벌이라는 경쟁의 틀을 그대로 체득하고 고착시키는 셈이다. 그것은 그 아이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걸 바라보며 열광하는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 중 몇몇은 그 오디션 무대를 꿈꾸며 살아갈 지도 모른다. 결국 1명의 성공 판타지 이면에 놓인 수만 명의 쓰라린 탈락은 이 달콤한 시스템이 감추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아빠 어디가’를 보며 부자 간의 끈끈한 1박2일간의 생활에 심지어 ‘힐링’을 느낀다고 해도 그것이 결국 아이들마저 그 사적인 프라이버시가 낱낱이 공개되고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가끔씩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어른들의 짓궂은 장난이나 심지어 관찰카메라로 포장된 몰래카메라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아빠라고 해도 그 아이들이 어른들의 시선에 포획된 모습은 어딘지 잘못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미 아이들은 TV의 새로운 매력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지 아니면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가 될 지는 TV가 아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포착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들은 그들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아이들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또한 아이들이 노출되고 소비된다는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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