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주총시즌]퇴임 관료들 잇단 대기업행… 올 사외이사도 ‘권력형’

입력 2013-03-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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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세무 공무원 출신 선호

국내 대기업들은 사외이사로 고위 공직자 출신을 선호한다. 특히 공정위, 국세청, 법조계 등 소위 권력기관 출신들은 큰 인기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로 신규·재선임 된 명단에도 이들이 대거 포함됐다.

고위 공직자 출신들은 현직에서 이미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검증받은 데다, 정부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연결고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직 고위 관료들의 사외이사 러시 이어져= 먼저 법조계 출신들의 사외이사 선임이 가장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사법고시 13회 출신인 송 전 총장은 서울지방검찰청 부장검사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거친 뒤 33대 검찰총장을 지냈다.

송 전 총장은 재직 기간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의혹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 책임자 위치에 있었다.

GS는 22일 주총에서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대표적 수사기관의 인물이다.

호텔신라는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키로 했다. 정 전 차관은 2005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2006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거쳐 2007년 법무부 차관을 지낸 바 있다.

삼성전기는 해양경찰청장 출신의 이승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사법고시 24회 출신인 이 전 청장은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과 제7대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사외이사의 선임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최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손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소비자보호국 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한 뒤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세무직 고위 공직자 출신들도 대기업이 선호하는 사외이사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오 전 청장은 2005년 국세청 정책홍보관리관, 2006년 국세청 조사국 국장, 2007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국세청 관료다. 오 전 청장은 이전에도 (주)두산, CJ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현대건설은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외에 KT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추천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고위 공직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는 그러나 중요한 사외이사 자리에 검증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위 관료들은 일단 능력을 검증받은 거 아닌가”라며 “공직을 거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풍부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사외이사 10명 중 8명은 ‘교수 혹은 권력기관 출신’= 국내 10대 그룹 90여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대학교수나 법조계 등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재벌·CEO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92개 상장사 사외이사 323명(중복 9명)의 현직이나 출신 직종을 분석한 결과 현직 대학교수이거나 대학교수 출신이 140명으로 전체의 43.7%나 돼 절반에 육박했다. 현재 대부분 법률사무소 등에 소속돼 있는 법조인 출신은 48명으로 15.2%, 관료출신도 42명으로 12.7%에 이르렀다.

이밖에 세무공무원 출신은 19명이나 돼 단일 직종으로는 상당한 비율(5.3%)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기업인 출신은 66명으로 20.7%에 머물러 대기업의 사외이사에서도 기업인 출신은 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사외이사를 뽑는 성향도 차이를 보였다. 삼성그룹은 교수출신을 주로 뽑은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법조계와 세무공무원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다. LG와 SK는 재계출신을 중용하는 경향을 보였고 롯데그룹은 각 분야출신들이 고른 분포를 보였다.

삼성그룹의 경우 전체 57명의 사외이사 중 학계 출신이 34명으로 60%에 이른 반면 관료가 8명, 법조인이 6명, 기업출신이 5명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체 42명의 사외이사 중 학계출신은 20명으로 절반에 못미쳤고, 법조인과 세무출신은 각각 10명, 7명이었다. SK그룹과 LG그룹은 똑같이 재계출신이 11명 씩으로 학계출신(SK 29명, LG 22명)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삼성, 현대차와는 대비됐다. 이 두 그룹은 또 관료출신이 각각 10명과 4명으로 3번째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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