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민간투자사업 계약 다시 따지자"

입력 2013-01-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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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에서 최소수입보장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승소한 사례가 있다. 해당 사안은 최소수입보장금 산정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는 시점에 관한 분쟁이었다. 계약서에 의하면 매년 4월1일에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반영해 통행료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최소수입보장금 산정 시에도 이 날짜가 기준이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에 반해 민간투자사업자는 1월1일자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행히 이 사안은 계약서에 첨부된 재무모델이 통행료 조정일을 매년 4월1일자로 규정돼 있었다.

일견 보기에 결론은 명확해 보였다. 다시 말하면 이 사안에서 실제의 수입구조가 매년 4월1일에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해 통행료를 조정하므로, 최소수입보장금도 이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애초의 계약서에서는 1월1일로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이에 문제를 제기해 이를 4월1일자로 변경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후 자금집행단계에는 초기에 민간사업자의 요청대로 1월1일자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한 금액을 지급했다. 지자체에서 시정을 요청하자 민간사업자가 이를 거부함으로써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다른 사례는 더 흥미롭다. 거의 모든 도로관련 민간투자사업은 매년 4월1일자로 통행료 조정을 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계약서에서 최소수입보장금 산정 시는 다른 기준 즉 1월1일로 반영했다.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실제로 통행료는 4월1일로 조정되므로 최소수입보장금 산정 역시 이 날짜를 기준으로 해야 함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계약서내용의 규정이나 실제 운영에는 1월1일로 기준을 삼았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즉 이러한 규정이나 운용은 민간사업자에게 부당이득을 주는 오류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사용되는 민간투자사업계약서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왜냐하면 애초 영문계약서를 번역해 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 상당수의 계약서가 초기 번역수준의 계약서를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이 사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이 사안은 계약서에 첨부된 재무모델이 4월1일로 변경돼 있어서 비교적 쉽게 해결됐다. 그런데 상당수의 계약서는 아직도 잘못된 것이 많아 보인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해당 월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연도가 잘못된 것도 있다. 즉 전년도가 아닌 그해의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런 내용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잘못이 있다면 이는 명백한 오기이거나 착오에 의한 것이어서 취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차제에 지방자치단체는 기존계약서를 다시 한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사안과 같이 잘못 해석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계약서내용이 기본 틀과 다르게 규정돼 있는 것은 명백한 오류로서 이를 정정하거나 착오를 이유로 쉽게 취소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정정이나 취소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협상을 통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물론 민간투자사업이 가지는 긍정적인 기능은 상당하다. 따라서 민간투자사업의 육성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자체가 예산상의 부족 등으로 계약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를 육성해 민간사업자와 어느 정도 대등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전문성이 없어서 민간사업자에 마냥 끌려 가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차제에 가능하면 전문가의 조력하에 기존계약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간 협상과 계약서 작성과정에서 전문성의 부족 등으로 잘못된 계약내용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재검토해 수정보완해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들이 정보를 함께 공유하거나 공동의 전문가를 선임해 이에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정정하거나 취소하고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민간사업자와 협상을 통하여 좀 더 합리적인 내용으로 이를 수정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좀 더 연구해 민간투자사업계약의 내용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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