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대공습]엔·달러·유로 ‘동반약세’ 원화만 나홀로 강세… 수출전선 비상

입력 2013-01-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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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돈 풀었단 물가불안… 뾰족한 대응카드 없어 고민

엔저 대공습을 유도한 글로벌 ‘환율 전쟁’으로 한국경제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일제히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며 통화전쟁에 나서 자국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동안 원화 실질가치는 고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흥국에 속하는 우리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사실상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선진국 양적 완화로 환율 전쟁 격화=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고자 그야말로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이 탓에 엔·달러·유로는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원화만 나 홀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률이 6.5%로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초저금리를 2015년까지 유지하고 매월 45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도 2% 물가상승 목표제 도입과 무제한 양적완화를 결정해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20년 장기불황 속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빠진 일본 경제에 대해 ‘2%의 인플레이션’ 목표로 무제한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난해 단기국채 시중 매입을 하며 “유로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슨 정책이든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7월 영란은행 총재로 취임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경제성장을 목표로 경기부양책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외환을 보유한 중국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유사시 언제든 환율전쟁에 동참할 태세다.

◇ ‘새우 등 터지는’ 한국경제=선진국의 환율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희생양으로 지목되고 있다. 100 엔당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19.6% 절상됐다. 이는 지난 1998년 21.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도 전년보다 원화가치가 7.6% 절상했다. 이 같은 절상률은 주요 20개국 가운데 멕시코의 8.5%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중 절상률은 10.2%로 G20 평균 2.9%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엔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연초부터 더 가파르다는 것이다. 엔 환율은 미국이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난해 9월 이후 21일 현재까지 17% 이상 급락했다. 일각에선 3년 내에 엔·달러 환율이 104 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국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산업계 수출전선 ‘비상’=글로벌 경기침체에 원화 강세, 이번엔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새해 벽두부터 비상이다.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가전 등 일본기업들과 경합 중인 업종들이 엔저 공습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기침체는 물론 원고, 엔저까지 겹치면서 이들 업종이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으로부터 어렵게 잡은 승기도 다 놓치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엔저의 역습’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품목 중복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여서 원·엔 환율 하락은 일본과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간 수출경합도지수(2010년 기준)가 가장 높은 업종은 조선(0.751)이다. 수출경합도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이 치열한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자동차(0.625) 기계(0.621) 철강(0.575) 가전(0.497) 순으로 나타나 이들 업종의 엔저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경쟁에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번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다. 반면 IT·전자업종은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제품경쟁력이 향상돼 엔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지식경제부 이운호 무역정책관은 “엔저 상황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그나마 대기업은 자체적인 환헤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아직 환율 변동 대응에 익숙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환율전쟁 묘수 없는 외환당국=우리나라는 강대국들의 환율 싸움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지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양적 완화를 통한 환율전쟁에 동참할 여지도 없다. 외환보유액이나 경제 규모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칫 물가만 올리고 환율은 선진국의 먹이 감이 되기 십상이다. 현재 외환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외국인 채권 과세 부활, 은행세 부과의 3종 세트를 단계적으로 시행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시장 규제 △외환거래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형 토빈세 도입 등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재 외환당국의 추가적인 규제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방안들도 외화자금시장 안정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어 환율 하락 억제에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아니라면 심리적 효과 이외에 환율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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