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삼성 25년]하-세기 뛰어넘을 1등 삼성 위해 또다시 신발끈

입력 2012-1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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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100년 좌우…반도체, 휴대폰 이을 새 씨앗 뿌려라"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2011년 1월 신련하례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 임직원들에게 던진 화두다. 두 달 뒤인 3월에도 이 회장은 “생각할 시간이 없다”며 “맡은 것을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고, 제대로 된 물건을 세계 시장에서 1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위기감을 내비쳤다. 모두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주문한 발언들이다.

기술의 빠른 발전과 시장 트랜드의 급격한 변화는 글로벌 기업에 5년, 10년 후를 내다보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의 반도체·TV·휴대폰·LCD 등 일등상품들이 오는 2020년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경고가 나오자, 삼성은 새로운 사업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의 가장 큰 과제는 향후 100년을 내다 볼 새로운 성장동력의 구축이다. 이 회장은 가전과 반도체 등의 현 주력부문이 세계 시장의 톱에 선 지금, 이제 미래를 좌우할 핵심 성장동력 만들기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씨앗사업으로 新성장동력 만들라=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미래 신수종 사업의 발굴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07년 초에도 그는 “지금 우리를 대표하는 사업들은 순환의 고리를 따라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 지역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신사업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신수종 사업은 씨앗사업을 뜻한다. 삼성은 △5~10년 후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은 ‘씨앗산업’ △당장 큰 이익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열매가 될 수 있는 사업은 ‘묘목사업’△현재 삼성을 이끄는 사업은 ‘과수사업’ △성장이 멈춘 사업을 ‘고목사업’으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다.

현재 삼성이 미래의 씨앗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생명과학, 생활용로봇, 소재부품, 헬스케어, 보안솔루션 사업 등 다양하다. 이중 지난 2010년 5월 밑그림을 그린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태양전지 ▲LED ▲자동차용 전지로 압축된다. 이들 신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은 2010년 말 신설된 미래전략실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이 오는 2020년까지 이들 신사업에 들이는 투자금액은 총 23조3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이들 사업에서 5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신규 일자리 4만5000여개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수종 사업 어디까지 왔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다. 지난해 4월 삼성은 미국 퀸타일즈와 합작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1단계로 올해 말까지 3300억원을 들여 3만ℓ급 동물세포 배양기를 갖춘 초현대식 바이오 제약 제조시설을 갖췄다., 2013년 상반기부터 바이오 의약품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송도에 위치한 제조시설 등에 삼성은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16년 림프암과 관절염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리툭산을 연간 600kg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아이덱과 합작, 자가면역질환, 암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의 경우 삼성은 2010년 국내 1세대 초음파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하고 삼성메디슨으로 새로 출범했다. 엑스레이, 초음파 장비에 이어 2014년부터는 MRI나 CT 같은 고가의 대형 의료장비도 출시해 GE나 지멘스 등의 글로벌 업체와 승부에 나설 계획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삼성SDI가 맡았다. 삼성SDI가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손잡고 설립한 SB리모티브가 시장 공략의 기지역할을 한다. SB리모티브는 오는 2015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연간 18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태양전지 분야는 오는 2020년까지 6조원을 투입한다. 미국 폴리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인 MEMC와 손잡고 오는 2014년 초 울산 폴리실리콘공장을 가동시킬 전망이다.

미래를 위한 삼성의 신수종 사업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이 사장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의 궤도 진입을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체 경영자들과 연이어 회동하며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올 들어 이 사장은 노버트 라이트 호퍼 BMW 회장,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르노의 카롤로스 곤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또 지난 5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사외이사직까지 맡으며 폭넓은 행보를 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지난 10월 광통신장비와 태양광패널을 제조하는 미국 엠코어(EMCORE)의 루벤 리처드 CEO와 만나 태양전지와 관련한 사업현안을 논의했다. 삼성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재용 사장이 미래사업인 신수종 사업 대외협력에 직접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100년 삼성을 위한 대외적 과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이제 국내 대표기업으로 누구나 인정한다. 국내 총 수출의 28%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 기여도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정치 등 각 분야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삼성에 대한 사회 각 분야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제일의 대기업인 만큼 반기업 정서의 1차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등 각종 정책은 상당 부분 삼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독주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과거 삼성이 롤 모델로 검토한 해외 기업 중 하나가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y)’다. 이 기업은 일렉트로룩스, 스카니, 에릭슨, 사브 등 다양한 가업의 다각화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이다. 스웨덴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5대째 경영권이 세습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발렌베리는 경기가 어려워져도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은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기업의 위치에 올라섰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시대 성장과정에서 싹튼 반기업정서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시각을 왜곡시키는 영향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국내 대표 기업인 만큼 이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털어버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을 위한 원리원칙주의의 경영활동만으로는 국민의 친근감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단 1%가 비호감을 갖더라도 그 세력을 포용하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가장 큰 기업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세상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100년 뒤 삼성을 위한 이건희 회장의 최우선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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