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대기업 임원] "별 따서 좋았는데… 바람 앞 촛불 신세"

입력 2012-08-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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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벼랑에 서다… 경기침체와 수시인사에 임원수 감소세

인사에는 ‘철’이 있었다. 대기업 임원들은 연말이 되면 조마조마했다. ‘승진의 기회가 올까, 아니면 이번에도 버틸 수 있을까, 애들이 아직 졸업을 안 했는데…’

그러나 이도 옛말. 최근에는 연말에만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은 과거사가 되고 있다. 기업들의 임원 인사가 상시적으로 행해지는 수시인사로 바뀌면서다. 임원들은 연중 가슴이 콩닥콩닥 할 수 밖에 없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경제침체기가 길어지면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지금이 위기다”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당연히 군살 빼기에 나선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다. 외국계 기업처럼 실적과 성과에 따라 바로바로 인사를 하는 문화가 대기업에 퍼지고 있다.

지난 7월 회사를 떠난 S그룹 계열사의 B 부사장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승진한지 8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그가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회사측 역시 이 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A 부사장과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한 한 임원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A 부사장이 최근에 추진한 골프장 사업과 몇 가지 사업이 부진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자 사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 같으면 사표를 받는 것이 연말 인사철에 행해졌겠지만 최근에는 수시로 실시되면서 스트레스가 많다”고 털어놨다.

A 부사장은 1970년대에 S그룹에 입사해 주요 요직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밝아왔다. 2010년 초 A 계열사로 옮기면서 회사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그런 그가 회사 이동 2년 만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E그룹이 2010년 국내 대기업 금융사에서 영입한 C 부사장은 입사 2년 만인 올 초에 회사를 떠났다. C 부사장은 E그룹으로 옮기기 전까지 재무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한 재무통었다.

C 부사장은 E그룹에서 계열사 회사의 상장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E그룹이 야심차게 영입한 그가 회사를 떠난 것은 올 초 터진 회사의 비리 사건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건강 상의 문제로 회사를 그만뒀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이 악화하면서 수시로 인사 이동을 겪는 임원들도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에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방점은 휴대폰 사업부문 살리기에 찍혀있었다.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경영을 관리하는 그룹 경영관리팀장을 맡았던 이연모 상무는 MC사업본부(휴대폰부문) 북미 마케팅담당으로 이동했다.

이 상무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그룹 경영관리팀장에는 김인석 LG전자 MC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전무가 채웠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제는 임원을 2년만 해도 성공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침체로 파이가 커지지 않으니 임원들의 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임원 입장에서는 수를 무작정 줄이기 보다는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정년을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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