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경제민주화 주체 재계 목소리 없고 정치권만 목청

입력 2012-08-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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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경제민주화 ④ 경제민주화 밀실에서 나와라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사회 양극화의 모든 책임을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붙이는 입법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국회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경제민주화 포럼과 경제민주화 시민연대의 정책 간담회. 이 자리에서 경제민주화를 꾀하는 정치권과 각 시민단체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진보성향의 정치인들과 전국유통상인연합호,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만이 참석했을 뿐, 재계 관련 인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2012년 현재 한국사회 최대 화두는 ‘재벌개혁’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내용상의 차이만 있을 뿐 ‘재벌 길들이기’로 비춰질 정도의 각종 법안을 입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벌의 폐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시장질서를 정립하겠다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재계는 배제됐다.

사회가 복잡다원화되면서 각종 법규가 신설될 때마다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에 따라 법규를 제정하기 전에 각종 토론회나 공청회, 설명회 등은 관련법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잡았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재계 입장이)설령 변명처럼 들리더라도 입장을 청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올바른 시장질서라는 대승적 차원이 아닌 정치적 논리에 입각한 제도 신설이라는 비판도 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제민주화 논하면서 입법과정은 ‘비(非)민주’= 정치권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앞세워 수많은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지만, 경제민주화 대상인 대기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모든 법안이 입안되는 과정에는 이해당사자들끼리의 입장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중요한 내용을 담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에는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는 보편적 진리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방안마련을 위한 각종 토론회 등의 자리에 정작 기업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토론회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배포하는 자료들이 전부다.

개혁의 대상으로 꼽히는 재벌들의 입장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경제민주화 추진세력들끼리만 논의하고 실현방안을 강구하는 것.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합의에 의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최고 가치로 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민주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고위 관는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토론회가 있을 때 재계 대표단체인 전경련 인사들을 전혀 초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이뤄지는 토론의 장에 재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도 자발적으로 토론회 참석을 꺼리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재계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의 독자적인 해석에 휘말릴 수가 있다”며 “정치적 이슈를 위해 개최되는 경제민주화 토론에 참가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푸념했다.

◇경제민주화 주도 정치인 ‘반기업’성향 짙어= 경제민주화를 주도하고 있는 여야의원들의 성향도 경제민주화 방안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당내 쇄신파인 남경필과 김세연 의원이 주도했다. 이어 비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일부 의원이 초기 모임을 이끌었다. 당의 전직 8명·현직의원 4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의제를 소속 의원들과 논의한 뒤 관련 내용을 법안으로 발의한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주기적인 토론을 통해 당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이들 당내 쇄신파 의원들은 대부분 반기업 성향이 띠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문제는 친기업 성향의 보수의원들조차 당내의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권 역시 대선주자로 나선 손학규 고문을 중심으로 재벌개혁을 추진 중이다. 손 고문 캠프 측은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노선을 설계해 온 핵심 멤버로 재벌체제 연구 권위자인 김진방 인하대 교수,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을 지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순성 동국대 교수 등 진보성향을 띤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벌개혁만을 외치는 경제민주화 모임과 다른 의견을 나타내는 당내 의원들도 있다.

지난 16일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임박한 경제위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경제민주화는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위기 극복’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서민들이 절박하게 원하는 것을 해결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재벌개혁 논쟁을 서민들의 공감 속에 하려면 중소상공인들의 이슈인 불공정 하도급 개선,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을 부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선언적 수준의 재벌개혁기치를 높이기보다는 상생확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이 강화되는 진정한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정치권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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