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선현 증권부 기자 "여의도 직원들 뿔난 이유"

입력 2012-08-16 10:24 수정 2012-08-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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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어요. 다들 어려우니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버텨온 거죠. 그런데 상생을 외치던 회사가 갑자기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거예요. 연봉삭감까지 참은 결과가 이 모양이니 직원들이 머리띠를 두를수 밖에요.”(A증권사 노조 간부)

증권사 직원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지점 통폐합에 단단히 뿔이났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생각으로 연봉 동결은 물론 삭감까지 견뎠음에도 회사측이 1분기(2012년 4월~6월) 적자전환을 이유로 직원들을 단두대에 올리고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A증권사 노조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의도 길거리로 나와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고, B증권사 노조는 사측과의 원만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C증권사 직원들도 무리한 영업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 로비에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 선점을 위해 과도하게 프로모션을 강행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보릿고개’가 극심한 터라 인력을 감축하려는 A와 B사의 선택도 이해는 간다. 8년 뒤 80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란 IRP시장에 전 증권사가 사활을 건 마당에 C사도 직원들의 볼멘소리 하나하나까지 챙기는 힘들 수도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직원들에게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해결책 역시 매번 문제가 되고 있는 인위적 구조조정과 영업압박 일색이다. 우리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적 지배를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 천수답식 경영이 얼마나 취약한지 충분히 경험했다.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은 절감했으나 유능한 인재를 잃고 사내통합력이 저해되면서 이익 창출력은 훼손됐고 무리한 영업압박은 불완전 판매로 이어져 결국 소송 리스크를 키웠다.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인재 경쟁력과 시장 건전성 확보는 국내 증권사들이 당장 풀어야 할 선결 과제나 다름없다. 증권사들은 단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노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중장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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