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인사이드] 공무원들의 고된 여름나기 ‘절전은 내운명’

입력 2012-07-10 13:47 수정 2012-07-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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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사유진 yjsa2018@

“뜨거운 선풍기 바람이 얼굴에 확확 불어올 때면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30도를 넘어서는 오후, 선풍기를 틀어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뜨거운 바람을 쐬느니 차라리 선풍기를 꺼야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개인용 선풍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죠. 너무 더워서 정말이지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전 층의 핸드드라이기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심지어 종이타월도 비치해 놓지 않습니다. 개인용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닦으라는 건데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저희 같은 공무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외부 손님들은 어떻게 합니까.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한다는 건데... 당최 이렇게까지 해서 얼마나 아끼겠다는 건지. 핸드드라이기는 아낀다고 껐으면서 아래 체육관 세탁물 건조기는 매일 같이 세번씩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절약 대책’을 지난달부터 시행하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의 여름나기가 고되다.

정부는 대형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무더위로 냉방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자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이 가혹한 절전운동에 동원되고 있다는 평이다.

일단 목표 냉방온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민간부문은 26도인 데 공공부문은 28도다. 공공부문이 2도 더 높다. 공공부문은 무조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력소비를 5% 줄여야 한다. 정부는 6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중앙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국공립학교, 지방공기업 등 1만9000 곳에 이 같은 절전노력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는 쥐어짜내기식의 에너질절약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력피크 시간대인 오후 2~ 5시 3번 냉방공급이 중단된다.오후 2시~2시45분, 오후 3시~3시30분, 오후 4시~4시30분은 중앙 냉방장치가 가동되지 않는다. 가장 더운 시간에 가장 약하게 냉방장치가 가동되는 것이다. 심지어 피크시간, 그나마 1시간 25분 동안 틀어주는 냉방도 온도계가 28도를 넘어서면 꺼진다.

공무원 A씨는 “과천청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기획재정부는 가장 햇볕이 뜨겁게 내리쬡니다. 제가 열이 특별히 많은 체질이 아닌데도 가만히 있으면 오후에 땀이 서류에 뚝뚝 떨어질 정도예요”라고 토로했다.

공무원 B씨는 “냉방기를 가동하는 시간에는 창을 닫으라는 지시가 방송돼요. 냉방기 가동이 수시로 온오프 되기 때문에 창문을 그때마다 열었다 닫았다 하지 않죠. 오히려 창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더 나아요. 저는 또 창가쪽 자리가 아니라 시원한 바람은 냄새도 못 맡습니다. 너무 더운 날은 샤워장에서 찬물로 샤워하는 방법 외에는 더위를 피할 길이 없죠”라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냉방기까지 가동을 중지하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개인 선풍기 사용도 눈치 보며 쓰는 상황이란다.

심지어 정부는 숨은 낭비전력 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손씻은 후 건조한 바람으로 손을 말리는 공공기관내 화장실의 핸드드라이기도 일괄적으로 끄도록 했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라는 것이다. 손씻고 물기를 닦는 종이타월도 없애버린 곳도 많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닐 테니 종이타월이 필요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외부에서 청사를 방문한 손님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C부처 건물관리자는 “이거 아껴서 얼마나 절약할지... 오히려 헬스장 남자 탈의실에 무제한으로 수건을 제공하다보니 빨래량이 많아 빨래 건조기만 매일 3번씩 돌린다. 그게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공공기관의 절전이 의무화됨에 따라 공무원들의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 사무실에 개인스탠드도 많이 늘었다. 저녁 시간에 남은 일부 직원을 위해 전 사무실의 불을 켜는 것은 낭비라는 판단, 개인스탠드 비치 수도 늘었다.

꼭 필요한 전등만 사용하도록 함에 따라 공공기관 사무실 조명도 전반적으로 어두워졌다. 창쪽에 앉은 이들은 될 수 있으면 오후엔 등을 끄고 업무를 보도록 하는 등 사무실쪽에는 전체 등중 20% 정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밝은 조명이 불필요한 복도쪽에는 3개중 1개 꼴로만 등을 켜도록 했다.

야간에 불을 켜놓고 퇴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밤 10시, 밤 12시에 일괄 소등을 하고 있다. 복사기, 파쇄기, 모니터 등 사무실 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시에는 전원을 끄는 것을 상시화 하도록 했다. 4층 이하는 걸어다니도록 저층에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안하는 건물도 늘었다.

공무원들은 이번을 계기로 낭비되는 전력 사용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전력까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은 여전하다.

공무원 D씨는 “산업용에서 펑펑 사용되는 전기를 아껴야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전기까지 절약한다는 것은 무리다. 공무원이 봉인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E 공무원은 “1인당 소득 2만 달러면 뭐하나. 더운 날 에어컨도 못 켜고 땀을 비 오듯 쏟고 있는데... 이렇게 살려고 우리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 왔나 싶다”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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