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결국 구제금융 신청…유럽 재정위기 어디로

입력 2012-06-10 10:43 수정 2012-06-10 10:4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으로 우려 완화…17일 그리스 2차 총선에 시선 집중

유로존(유로 사용 17국) 제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결국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가 국가 재정은 물론 세계 경제에까지 파급할 것으로 우려되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이로써 스페인은 그리스발 유로존 채무 위기의 네 번째 희생양으로 기록된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오는 17일 그리스의 재선거로 쏠리고 있다.

재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좌파가 승리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시장은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네 번째 희생양=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9일 오후(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의 긴급 화상회의 후 기자 회견을 통해 “자본이 필요한 국내 은행에 주입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는 유럽에 지원을 요청할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성명에 따르면 지원액은 필요한 자본과 예비 자본을 합한 규모가 될 것이다.

외신들은 구제금융 규모가 최대 1000억유로(약 12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로그룹은 성명에서 “조만간 스페인으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이 있을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은행감독기구(EBA), 국제통화기금(IMF)이 협력해 분석 결과를 제출, 지원에 수반하는 금융권에 필요한 정책 조건 방안도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귄도스 장관은 구제금융이 은행 부문에만 적용될 것이며 따라서 경제 전반을 위한 별도의 긴축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부문을 회생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구제금융만을 수용함으로써 긴축정책을 펴야 하는 경제주권 상실은 면하게 된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은행에 직접 지원하는 길을 찾았지만 실현되지 않은 셈이다.

◇스페인 등 떠민 피치=스페인은 그동안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 요청을 주저해왔다.

실업률이 24% 이상으로 유로존 최악인 가운데 그리스처럼 지원 조건으로 추가 긴축정책을 수용하면 경기가 한층 악화하고 재정운영이 EU 등의 감시 하에 놓여야 하기 때문에 대국 체면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한 거액의 손실로 금융권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상황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 유럽이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그리스 등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난 7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나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한 것은 스페인의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시켰다는 지적이다.

한 독일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스페인이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17일 그리스 선거에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좌파 정당이 승리하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져 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는만큼 선거 전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앞섰다는 설명이다.

구제금융 신청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리스의 재선 결과로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을 경우의 방화벽을 갖추기로 한 것이다.

결국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번 결정으로 외부 지원 없이 자국 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것이라는 공약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제사회 일단 한숨 돌려=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국제사회는 우려를 다소 덜게 됐다.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그동안 독일 등 유럽 국가는 마음을 졸였다.

지난달 스페인 대형은행들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 스페인이 자력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그리스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로존 3국을 합한 규모의 두 배가 넘는다.

스페인 은행의 부실채권은 18년래 최악의 수준.

유럽 은행에 대한 리스크도 막대하다. 독일 은행들이 갖고 있는 스페인 채권은 그리스의 10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자금이 필요하면 적절한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며 스페인 정부에 은행 구제를 서두르라고 촉구해왔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일종의 ‘윈윈’거래였던 셈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은행의 자본 확충에 나선 스페인 정부의 결의를 환영한다”며 “스페인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유로존 위기 불씨는 여전=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으로 유로존 위기가 진화된 것은 아니다.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오는 17일 그리스의 재선거가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구제금융을 이끌어냈던 보수정당인 신민당과 이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2차 선거에서 지지율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 국민이 2차 총선에서 긴축 의지를 확인하고 유럽 국가들이 구체적인 지원 대책으로 화답할 경우 시장의 위기감은 완화하겠지만 긴축을 거부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으로 시장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면 독일을 포함해 유로존 모든 국가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옷 어디서 사세요?…사용 만족도 높은 '패션 앱'은 [데이터클립]
  • "파도 파도 끝이 없다"…임영웅→아이유, 끝없는 '미담 제조기' 스타들 [이슈크래커]
  • 단독 김홍국의 아픈 손가락 하림산업, 6월 ‘논현동 하림타워’ 소집령 발동
  • 마운트곡스發 비트코인 14억 개 이동…매도 압력에 비트코인 ‘후퇴’
  • '최강야구' 니퍼트도 눈치 보는 김성근 감독?…"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합니까?"
  • 나스닥 고공행진에도 웃지 못한 비트코인…밈코인은 게임스탑 질주에 '나 홀로 상승' [Bit코인]
  • 전세사기 특별법 공방은 예고편?…22대 국회 ‘부동산 입법’ 전망도 안갯속
  • 반도체 위기인데 사상 첫 노조 파업…삼성전자, 경영 악화 심화하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066,000
    • -1%
    • 이더리움
    • 5,290,000
    • -2.16%
    • 비트코인 캐시
    • 650,000
    • -0.99%
    • 리플
    • 734
    • -0.27%
    • 솔라나
    • 235,100
    • +0.04%
    • 에이다
    • 640
    • +0.31%
    • 이오스
    • 1,137
    • +0.98%
    • 트론
    • 155
    • +0%
    • 스텔라루멘
    • 151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200
    • -0.34%
    • 체인링크
    • 25,850
    • +2.66%
    • 샌드박스
    • 636
    • +2.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