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부대 공공기관장…그들만의 리그

입력 2012-05-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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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에도 낙하산·회전문 인사는 계속된다 정권 입맛따라 정책 진행…경영개선 기대 어려워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백서를 보면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돼 2006년 10월 기준 87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95명 중 37명이 정치권 또는 관료 출신”이라면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나 작년 9월 기준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관장 103명중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권, 관료 출신은 총 60명으로 과거 정부보다 소위 낙하산·회전문 인사가 심각했다. 이러한 낙하산·회전문 인사는 이명박 정부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정권말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경부-산하기관 기관장 ‘돌고 돌고 돌고’=이명박 정부의 무원칙 낙하산·회전문 인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등 특정 인맥을 중용한데 이어 집권 중반기 이후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및 회전문 인사 등으로 인사 정통성이 크게 훼손됐다. 특히 지식경제부와 산하기관의 회전문 인사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청와대는 지식경제부 제 2차관에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중소기업청장에는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조석 이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에는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의 김경수 상임위원을 끌어 올렸다.

조석 제2 차관의 친정 복귀는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이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을 2차관으로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당시 조석 성장동력실장이 용퇴를 결정하고 산업단지공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김정관 2차관이 9·15 전력대란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불과 4개월만에 친정인 지경부로 복귀했다.

중소기업청장에 기용된 송종호 이사장은 직전까지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실 중소기업비서관을 맡았고 송 이사장의 전임이었던 김동선 중기청장 역시 청와대에서 초대 중소기업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김경수 이사장의 경우 2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2000년 이후 지경부 전신인 옛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 과장을 시작으로 지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에 앞서 작년 말 지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홍석우 장관은 작년 6월 코트라 사장에 취임했다가 4개월여 만에 지경부 장관으로 승진 임명됐고, 공석이 된 코트라 사장에는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이 자리를 옮겼다. 23회 행시 출신인 오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과 산업정책비서관, 산자부 1차관을 역임했다.

이밖에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전대천 사장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김신종 사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김용근 원장, 한국생산성본부 진홍 회장, 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심윤수 원장, 한국표준협회 김창룡 회장 등도 18~26회 행시 출신에 지경부를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낙하산·회전문 더 이상은 안돼=지난해 경제개혁연대가 내놓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새로 임명된 공기업 사장 180명 중 낙하산 인사가 57명에 달했고 감사와 상근임원, 사외이사까지 합치면 300여명이나 됐다. 일반 기업이나 금융기관 인사에도 정권 실세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고위 공직자가 산하기관에 재취업하는 것까지 문제로 삼을 이유는 없다. 혹자는 낙하산 인사가 외압을 막아주고 대정부 관계에서도 유리해 업무에 더 치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낙하산과 회전문 인사 관행은 유능한 민간 기업 출신 외부 전문가와 내부 인사를 경쟁 대열에서 밀려나게 한다. 또 상관으로 모셨던 공직자가 수장으로 있는 산하기관에 대해 정부 부처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적자경영을 하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공공기관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어차피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것에 불과한 이들이 공기업 혁신과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도 지난하다.

이는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10년 정치권 출신 기관장인 공기업 24곳 가운데 10곳이 C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았고 기관장 개인평가도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유사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과 회전문 인사가 선거 낙선자나 공천 포기에 대한 위로와 선거 공신들에 대한 보은, 청와대 출신 특혜, 친분관계에 의한 선심 인사 등 비전문가를 높은 자리에 앉혀 집권자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의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고,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 조건과 범위를 더 엄격히 제한하는 등 정부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인사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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