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하경제]사채서 불법사교육까지…GDP 4분의1 250조 달해

입력 2012-03-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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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규모 얼마나 되나

▲사채·불법사교육·매춘 등의 국내 지하경제의 규모는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거대 사채시장을 이루고 있는 명동의 모습.(사진=노진환 기자)
재정위기로 힘겨워하는 EU 회원국들이 지하경제 단속에 팔을 걷어부쳤다는 소식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1월 국세청은 연초부터 명동 사채시장을 급습했다. 사채왕으로 불리던 최모씨를 상대로 국세청은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그의 자택과 사무실 1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최씨에게서 돈을 빌린 코스닥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명동 사채 시장에서 최씨는 규모로 따져도 몇 손 가락 내에 드는 거물로 그에 대한 조사는 말 그대로 명동 지하경제 전체를 들쑤시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접근해 사채를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아 폭리를 취하는 전형적인 사채업자로 통했다. 최씨는 이자 수익 만으로 한 건에 수억~수십억원의 이자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경제 독버섯 사채시장 = 최씨 같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기업은 회계 감사 때 일시적으로 현금을 조달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유상증자를 한 것처럼 위장하려는 데 일부 목적이 있다. 고리의 사채를 갚아야 하다보니 기업들은 횡령이나 M&A, 주가조작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허위공시 등을 하면서 작전세력과 결탁하기도 한다. 피해는 결국 개인들에게 돌아오고, 사채업자는 막대한 이자수익을 챙기게 된다.

지난해 명동 사채를 동원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연속적으로 회사를 넘기며 수백억원을 횡령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 작전세력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금연초 회사를 운영하던 원 모(44)씨는 선이자 10%, 월이자 3%, 곧 매수할 A사의 주식을 담보로 59억원을 조달했다. 그 후 그는 코스닥 상장사 A사를 139억원 가격에 인수한 뒤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해 80억원을 횡령했고,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 대출로 27억원을 기업운전자금으로 받아 사채변제로 사용했다. 이후 허위공시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100억원 대의 횡령이 이어졌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개인들에게 선이자를 떼고 연 100%가 넘는 불법 사채업자들도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높은 이자를 주고서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절박한 사정 때문에 어음할인을 주로 해주던 사채업자들이 다시 개인들에게 마수를 뻗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제2금융권 이용이 불가능해진 서민들이 대부업체들에게 손을 내밀어도 돈을 빌리기 힘들어 사채시장 수요가 또다시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불법사교육·매춘·다운 계약서 등 지하경제 아직도 활개 = 사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큰 축은 불법사교육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고액과외 등이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되다 보니 소득 탈루율이 높아 지하경제로 세금이 새고 있다.

통계청은 2010년 사교육비 규모가 20조1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소는 ‘지하경제’ 추정 규모인 15조507억 원을 포함해 2010년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36조2016억 원이라고 더 큰 수치를 제시했다. 다른 세금을 빼고 10%의 부가가치세만 계산해도 1.5조원의 세금을 걷지 못한 꼴이다.

매춘과 마약 거래, 위조품 제조, 다운계약서 등도 지하경제의 또 한 축을 담당한다. 매춘도 전체 GDP의 4~5% 정도 차지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2010년 전체 GDP가 한화로 약 1100조로 매춘이 5%정도 차지하면 55조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매매춘시 현금 사용과 자금 세탁, 매춘 여성의 비과세 등을 따져보면 매춘으로 인한 세금 탈루액도 1조 이상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2008년에만 양도세 탈세 혐의가 있는 8만122명을 대상을 세무검증을 실시해 1392억원을 추징했다. 다운계약서가 부동산 계약시 거의 관례처럼 이뤄졌기 때문에 추정 탈세액만 수천억원 이상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 지하경제 규모 도대체 어떻길래? =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에 대한 자료는 한정돼 있다. 2007년 국회예산정책처가 지하경제 전문가인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국내총생산 대비 27.6%다. OECD 국가 중 4번째에 해당된다. 유럽금융위기의 진원지인 포르투갈(28.2%), 그리스(26.3%), 이탈리아(23.2%), 스페인(20.5%) 등 이른바 PIGS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장 최근 자료(2010년 12월)인 조세연구원의 ‘지하경제규모측정’ 보고서는 한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가 1990년 8.7%, 2000년 23.7%에서 2008년 17.7%로 줄어 투명성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폐수량 방정식을 이용한 지난해 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25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됐다. 금액은 255조원으로 1998년 108조원보다 2.5배나 증가했다. 이 통계를 그대로 인정하면 기타 세금은 별개로 치고 세율 10% 부가가치세만 연간 20조원이 탈루된다. GDP의 1/4 가량이 지하경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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